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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음대 부교수 된 함신익씨(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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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음대 부교수 된 함신익씨(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입력
199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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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엔 혼이 있다 삶의 언어가 출렁인다”/82년 단돈 200불 쥐고 도미/천신만고끝 이스트만 입학/교수초빙 예일음대는 「톱5」/“「그린베이」 상임지휘자” 겹경사한인 최초로 예일대 음대 부교수에 임용돼 올 가을 학기부터 이 대학 강단에 서는 함신익(37)씨는 이제는 미국인들의 가슴에서조차 빛이 바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다. 그는 82년 단돈 2백달러를 쥐고 미국땅을 밟았다. 고교 3년때가 되서야 전문 음악인이 되기로 결심한 그가 국내의 세칭 일류음대를 들어가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나마 진학한 대학도 마음에 맞지 않아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 군대를 다녀온 뒤 오른 미국유학길이었다. 서울 삼양동 변두리 개척교회 목사집안 출신의 돈없고 학벌없는 그가 선택한 미국의 대학은 「당연히」 경제적으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휴스턴 음대였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포부를 펼치기에는 너무 미약한 점이 많았다. 1학기만에 인근의 라이스 음대로 적을 옮겼다. 모자란 영어에 장학금과 생활비를 함께 타기 위해선 자는 시간을 줄이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고서도 주말과 방학때는 댈러스나 오스틴등지로 트럭운전사를 했다. 지휘 전공으로 라이스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 이스트만에 지원했으나 깨끗이 거절당한다. 1년에 1명씩 선발하는 이곳의 지휘전공 박사과정은 선발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그에게는 시험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1년뒤 이스트만에 다시 지원했다. 자신의 지휘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본 학교측이 응시기회를 주었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토록 꿈꾸었던 이스트만 생활은 막상 현실이 되고보니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불만은 실제 지휘시간이 일주일에 고작 20분밖에 되지 않는 점이었다. 지휘란 책만으로 배울 수 없고, 오케스트라란 「악기」를 직접 다루어야함에도 악기를 만질 수 있는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이었다.

주지 않으면 만드는 도리 밖에 없었다. 음악하는 동네라 사람들은 많았다. 수석단원자리 차지하는 게 평생소원인 오케스트라 부수석들과 학교졸업후 제대로 된 직장을 못 구한 음악가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돈은 안줘도 됐지만 맨입으로 때울 수는 없었다. 요리솜씨 좋은 그의 아내가 메뉴를 바꿔가며 갖은 한국음식을 만들어 댔다. 연주장소가 없어 한쪽 끝이 벽으로 막힌 길거리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졌다. 거리이름을 따 「깁스 오케스트라」라 명명된 이 오케스트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방의 명물이 됐고, 이스트만 4년간 그는 학생이자 프로 지휘자로 명성을 얻게됐다.

이스트만 졸업후 1년간 이 학교 강사로 일하고 나자 기회의 바다가 활짝 열렸다. 92년이후 밀부르크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퍼시픽 유니버시티 교수·에벌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차례로 역임한 그는 지난 5월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그린베이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와 예일음대 부교수에 임용됐다. 예일은 미국을 통틀어 「톱 5」에 드는 음악학교이고, 그린베이는 시카고·뉴욕·필라델피아·보스턴등 최상급 바로 다음가는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지휘자로서 그는 감정이 풍부하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음악을 해석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마다 예외없이 청중이 몰려드는 것도 편안하고 정감넘치는 그의 음악이 갖는 대중적 흡인력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흡인력의 갈피에는 낮은 데서 출발해 스스로의 길을 힘차게 개척해온 그의 혼과, 음악에는 삶의 언어가 가득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함께 배어있다.<이스트 브룬스윅="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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