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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기업재해복구산업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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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기업재해복구산업 “호황”

입력
199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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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테러·지진 등 잦은 재난에 전산망 무용지물/“신속한 복구가 사운 가른다” 앞다퉈 「전문사」 찾아93년 2월 일어났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는 업무가 대부분 컴퓨터화한 현대의 기업들이 물리적인 재난앞에서 얼마나 속수무책일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피해복구와 안전점검을 위해 이 빌딩 소재 3백50여개 기업들은 1주일에서 최대 10주까지 출입통제를 겪었다. 그 동안 컴퓨터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해 제대로 업무를 볼수 없었던 탓에 이 가운데 1백50여개의 기업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게 됐다. 이는 재해발생이후 신속한 컴퓨터시스템 복구능력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미국에서 「기업재해복구산업(Business Disaster Recovery Industry)」이 호황을 타게했다.

아칸소주 포트 스미스시에 있는 폴리우레탄 제조회사 크레인 인더스트리사는 지난해 8월 대형화재를 겪었다. 창고에서 발생한 불은 순식간에 1만8천여㎡ 본사건물 가운데 중앙컴퓨터실등 핵심시설을 포함, 절반이상을 태웠다.

CAM(컴퓨터 원용 자동제조 시스템), POS(판매시점 재고관리 시스템)은 물론 금융기관융자 및 직원임금관련 업무까지 일시에 마비된 것은 물론이다. 망연자실해있던 이 회사 전산체계 총책임자 마이클 콕스씨는 화재가 나기 두달전 재해복구전문회사와 계약을 맺은 사실을 떠올리고 자료저장파일을 갖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 있는 재해복구회사로 급히 날아갔다. 이곳의 재해복구센터에서 그는 이전에 연습했던대로 불타버린 회사의 주컴퓨터와 똑같은 기종인 AS/400에 저장파일을 입력시키고 전산체계를 복구시켰다. 재해복구회사로부터 다음날 단말기와 모뎀 등 기본장비들을 특급우편으로 전달받은 크레인 인더스트리사는 불타지 않은 사무실에 이 장비들을 설치하고 애틀랜타의 주컴퓨터에 이를 접속, 컴퓨터망을 완전히 복구해냈다. 이 회사가 주문 제조 배송 자금업무등 회사기능의 95%를 회복한 것은 화재발생후 정확히 48시간만의 일이었다.

이 일이 있은 뒤 이 회사는 재해복구시간을 더욱 단축하기 위해 주요자료를 재해복구회사의 데이터센터에 자동전송저장하는 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했다. 콕스씨는 『전산화가 진행될수록 순식간에 모든 회사기능이 마비될 위험성도 커진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재해복구체계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 있는 재해복구전문기업 선가드사의 「메가센터」에는 매일 10여개 기업의 비상대책부서 직원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자신의 회사에 불의의 재난이 닥쳐 컴퓨터시스템이 마비됐을 때를 대비, 이곳에 갖춰진 컴퓨터시스템을 이용해 업무를 신속히 복구시키는 훈련을 한다. 미국내에는 선가드사 외에도 콤 디스코, 디지털 비즈니스 프로텍션 서비스 등 여러 개의 대형 재해복구전문기업들이 재해복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IBM AT&T 휴렛팩커드등 컴퓨터관련 대기업들도 80년대말이후 재해복구체계에 대한 수요가 늘자 자체적으로 재해복구센터나 담당부서를 설치하고 있다.

전문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재해복구센터는 크게 「핫 사이트」(Hot Site) 「콜드 사이트」 (Cold Site) 중앙통제실 비상사무실 이동컴퓨터센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핫 사이트」는 각종 대형 컴퓨터와 자료저장센터를 갖춘 재해복구센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는 IBM 휴렛팩커드 히타치 DEC 탠덤 선마이크로시스템 NCR 유니시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용량 313MIPS(초당1억1천3백만회의 연산능력)의 대형컴퓨터에서 미니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사용중인 거의 모든 컴퓨터시스템이 항상 작동가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저장능력을 갖춘 자료저장센터가 있어 고객기업들의 자료를 정기적으로 자동전송받아 저장하고 있다. 재해를 당한 기업의 전산요원들은 중앙통제실에 앉아 못쓰게된 컴퓨터시스템 대신 재해복구센터의 시스템을 이용, 업무를 복구시키는 것이다.

「콜드 사이트」는 초대형재해가 발생, 기존의 「핫 사이트」로는 감당을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해 확보해놓은 컴퓨터실이다.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냉방 전력조명 등 모든 상태를 컴퓨터작동에 최적상태가 되도록 유지시키고 있다.

비상사무실은 재해로 인해 사무기기가 모두 파괴되거나 피해지역에 접근이 불가능할때 고객기업의 직원들이 통째로 옮겨와 업무를 볼수 있도록 마련된 사무실이다. 이곳에는 개인용컴퓨터에서 커피세트까지 각종 사무집기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재해복구기업들은 또 피해지역에서 업무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는 회사들을 위해 대형 트레일러에 컴퓨터시스템을 장착한 이동자료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재해복구체계를 갖추고 정기적인 훈련을 한 기업들은 최악의 재난이 닥치더라도 짧게는 불과 수분에서 늦어도 2일이면 정상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선가드사 홍보책임자 제프리 맥기니스씨의 말이다.

기업들이 재해복구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컴퓨터기종이나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중소형컴퓨터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은 매달 5백달러(약40만원)정도만 내면 되는가 하면 대형컴퓨터복구 및 자동전송저장체계를 필요로 하는 대기업들은 매달 수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한다.

재해복구체계에 매년 30만달러를 쓰고 있다는 필라델피아소재 투자신탁회사 펜뮤튜얼사의 전산담당 패트리시아 베네트씨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대비없이 재난을 당했을때 치러야 하는 대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재해복구체계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관심은 특히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사건을 비롯, 최근들어 캘리포니아대지진 중서부대홍수 일본코베대지진 오클라호마폭탄테러등 대형 천재 및 인재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콤디스코사의 경우 92년 1억7천5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것이 지난해에는 2억4천2백만달러로 수익이 늘었다.

선가드사 역시 90년대 들어 수익이 급증, 지난해의 경우 1억2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터뷰/복구전문사 「선가드」 짐 디브리노 수석부사장/“컴퓨터망 마비는 기업 사활과 직결/치밀한 복구계획·정기적 훈련 필요”

선가드사는 78년 미국에서 최초로 기업재해복구사업에 뛰어든 이후 현재 회원기업을 4천여개나 확보하고 있는 등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선가드사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수석부사장 짐 디브리노씨는 재해로 인한 컴퓨터시스템의 정지는 단순한 업무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돌이킬수 없는 치명상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재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복구계획과 함께 이에 따라 정기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 미국 및 유럽 일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의 기업들이 재난에 무방비상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은행등 대규모 컴퓨터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들외에 기업의 규모나 성격에 상관없이 재해복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최근 몇년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디브리노부사장은 『한국기업들도 재해복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가운데 선진적인 몇개 기업은 이미 우리의 재해복구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해복구서비스와 보험과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보험은 사업이 타격을 입은 뒤 이를 보상해주는 것이지만 재해복구는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신속한 대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후피해보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피해최소화가 재해복구서비스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디브리노 부사장은 이 분야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세계무역센터테러가 가장 심각한 재난으로 기억된다며 『당시 5개의 회원기업들이 한꺼번에 피해를 입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메가센터」의 시설을 이용, 컴퓨터시스템을 복구할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 산업이 기업의 핵심자료와 컴퓨터시스템을 다루는 만큼 재해복구능력과 더불어 「보안유지」가 재해복구산업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필라델피아=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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