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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신세대에 나라 “들썩”/지폐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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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신세대에 나라 “들썩”/지폐절도

입력
199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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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비 마련” 어이없는 범행/연행중 “생글생글” 충격/사건보도 뒤에도 태연히 정상출근【영동=전성우·박정철 기자】 23세의 빗나간 신세대 여성이 전국을 뒤흔든 옥천조폐창 지폐도난사건의 범인이었다. 국가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린 범행의 동기는 어처구니없게도 유부남 애인과의 유흥비 마련이었고 도난당한 돈은 여관비등으로 탕진됐다.

조폐창에서의 화폐도난이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한 자유분방하고 철없는 20대초반 여성의 범행동기는 우리사회의 기강과 도덕이 속으로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를 한번에 보여주었다.

16일 검거된 옥천조폐창 활판과 컷팩공정실 사무보조원 황경순씨는 검찰에 연행될 때 생글생글 미소를 띠는등 태연한 모습을 보여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황씨는 대담한 신세대였다. 그는 훔친 돈을 지난달 31일부터 유부남 애인과 장기투숙한 여관 숙박비와 곗돈, 옷구입비등으로 사용했다. 그는 훔친 1천원권 1천장중 1백장을 대전시내 커피숍에서 1만원권으로 바꾸는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지능적인 수법까지 사용했다.

1남3녀의 막내딸인 그는 90년 논산의 K여고를 졸업한 뒤 가구점에서 일하다 옥천 조폐창 운전기사로 30여년간 근무한 아버지(60)의 천거로 91년 6월 옥천조폐창에 임시고용직인 타자원으로 특채된뒤 총무부 사무보조원으로 근무했다. 93년 8월 활판과 정사계 사무보조원(7급)으로 보직이 바뀐 그는 작업일지나 근무인원현황 교육상황등의 자료를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황씨는 처음에는 직장내에서 일도 잘하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것. 그러나 근무경력이 늘어 날수록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등 장신구를 좋아하고 유흥을 즐기는 등 씀씀이가 헤퍼졌으며 최근에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해 월급차압이 통지되기도 했다. 황양의 월급은 70∼8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이 알려져 전국이 충격속에 빠졌던 14일 이후에도 아무일 없는듯 직장에 정상출근, 자리를 지켰다. 아버지 황씨에게 전화해 『별일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고 아버지가 화폐도난사건을 궁금해하자 『잘 모르겠다』고 태연히 대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키 164에 짧은 머리의 귀여운 용모인 그는 지난해 겨울부터 옥천의 부모집을 나와 대전을 전전하다 지난 3월18일부터 유부남인 애인 조모(33)씨와 대전 동구 용전동 남일파크여관에서 투숙하며 직장을 출퇴근했다. 애인 조씨는 사기혐의로 전국에 수배중이었으나 그랜저승용차로 황씨를 매일 직장에 출퇴근시켜 사내에 소문이 파다했다. 조씨와는 지난해 4월 친구소개로 만났다.

황씨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수사관이 사무실에 들이닥치자 당황하지 않고 순순히 연행됐다. 수사본부인 청주지검 영동지청에 호송될 때까지도 침착한 모습이었고 검찰청사에 들어올 때는 생글생글 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도진의 사진세례를 받자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빗나간 신세대의 뒤늦은 눈물이었지만 그가 저지른 범행의 충격파는 이미 너무나 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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