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군 차세대 전투기 F16기의 핵심 장비인 ASPJ 판매과정에서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당초의 계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한국 국방부의 9백40만달러(76억여원) 보상요구 마저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ASPJ는 전투기가 적 영공에 들어갈 때 적의 레이더에 교란 전파를 발사, 위치를 찾을 수 없도록 하는 첨단전자장비이다. 대당 가격은 2백30만달러. F16 이 F18을 제치고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선택된 이유중 하나가 ASPJ에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 핵심장비이다. 소프트웨어개발비 9백40만달러를 국방부가 부담한 것도 뛰어난 성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92년에 실시한 운용시험에서 불합격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ASPJ를 대외군사판매(FMS)방식으로는 한국에 팔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91년 ASPJ를 포함하여 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50억달러 규모의 F16 판매계약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얘기이다. 물론 『불합격한 장비를 어떻게 정부가 장비의 품질및 후속 군수지원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팔겠느냐. 상용으로 사들여라』는 미국의 변명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방부와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속셈이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시험요구 기준에 모자란다고는 하나 ASPJ는 최상의 장비로 꼽힌다. 76년부터 15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개발비를 투자한 장비를 결코 사장시킬리 없는 미국이 상용구매를 강권하는 것은 기술이전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상용으로 구매할 경우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겨냥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정계등의 로비에 영향을 받은 행동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은 비싼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면서 독점의 횡포를 마음껏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의 슬기로운 대응이 절실하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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