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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창 보안체계 “엉망”/보충은행권 잠금장치없는 「망차」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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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창 보안체계 “엉망”/보충은행권 잠금장치없는 「망차」 보관

입력
199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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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 한번도 검색없이 무사통과/1급보안시설 말뿐 곳곳에 허점【영동=전성우·박정철 기자】 국가의 화폐를 만들고 관리하는 조폐창의 「철저한 보안」은 말뿐이었다. 일개 사무보조원에 불과한 범인 황경순(23·여)씨의 범행과정이 보여주듯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돈을 뺄수 있을 정도로 1급 국가보안시설에는 어처구니 없게도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검찰조사결과 기본적 보안을 위한 옥천조폐창의 근무수칙은 초보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무시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검찰에서 범행당일인 지난달 31일 하오 5시30분께 주간작업을 끝낸뒤 화장실에 갔다와보니 주·야간 근무교대시간이라 활판과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망차(보충은행권 철제 이동보관함)를 열어 1천원권 1백장 묶음 10개를 꺼냈다고 진술했다.

근무 교대시 최소한의 인원이 지키도록 되어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조폐창은 보충은행권을 잠금장치도 없는 망차에 넣어 방치하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뒤늦게 자물쇠를 마련했다.

황씨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나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통근차로 빠져 나갈 때까지 아무런 검문, 검색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규정상 탈의실에는 여자청원경찰이 배치돼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도록 돼있으나 당시 탈의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정문을 빠져나갈때에도 검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조폐공사 옥천·부여·경산조폐창은 1급 국가보안시설로 청원경찰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조폐창 곳곳에 설치된 초소와 망루에 고정배치되거나 순찰활동을 벌이는등 철통경비를 펴고 있다. 정문근무자는 소총에 실탄까지 장전하고 있을 정도.

사고가 일어난 옥천조폐창도 40명의 청원경찰이 24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철망을 둘러친 담장과 망루 5개가 설치돼 있고, CCTV, 적외선 감지기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외곽경비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내부의 보안체계는 허점투성이 인 것으로 밝혀졌다. 청원경찰은 현관에 1명, 그리고 공장내부에는 중앙복도에 단 1명만 배치돼 있다. CCTV도 완제품을 보관하는 중앙금고에만 설치돼 있다.

직원들이 주머니없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돈 유출은 있을수 없다는 주먹구구식 믿음때문이다.

이밖에 보안진단이 월1회의 형식에 그치고 있는것등과 특히 직원채용과정의 신원조회를 신원조사서 제출로 대신하는등 국가 1급보안시설이라 믿을수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것도 보안체계의 허술함을 대변하고 있다.

◎범행순간서 범인검거까지/“열려진채 방치된 망차보자 욕심생겨”/숙박비 10만원 천원권 지불하다 덜미

▷범행◁

황경순(23)씨가 지난달 31일 하오 5시30분께 근무를 끝내고 화장실을 다녀왔을 때 활판과 작업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때는 주야간근무 교대시간이어서 야간근무조는 식당에 갔고 주간근무조는 퇴근을 준비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황씨는 『빈 작업장에 망차(보충은행권을 보관하는 철제함)가 잠금장치도 돼있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황씨는 열려진 망차에서 황급히 1천원권 1백장짜리 열묶음을 꺼내 쇼핑백에 넣고 2층의 여자탈의실로 가 다른 여직원 1백여명의 틈에 섞여 옷을 갈아입고는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왔다.

황씨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탈의실에 있어야 할 여자청원 경찰은 자리를 비웠고 통근버스를 타고 밖으로 빠져 나올 때까지 한번도 검색을 받지 않았다. 황씨는 『활판과에서 근무를 시작한 93년말부터 지금까지 전혀 보안검색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고 및 검거◁

황씨는 퇴근후 곧바로 지난 3월18일부터 애인 조모(33)씨와 장기투숙하고 있던 대전 동구 용전동 남일파크여관으로 돌아가 주인 박형수(35)씨에게 밀린 숙박비로 10만8천원을 지불했으며 이튿날 다시 1만8천원을 전액 훔친 1천원권으로 지불했다.

주인 박씨는 『당시 모두 빳빳한 새돈인 것을 보고 농담조로 「조폐공사에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황씨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부를 쓰고 이중 20매(2만원)를 노모에게 주려고 보관해 두었다가 화폐도난사건이 알려진 14일 하오 돈을 꺼내 화폐번호를 확인했다. 박씨는 신문에 도난화폐로 보도된 「차가가 9050188∼9050197(10장) 9050113∼9050118(6장) 9050184∼9050187(4장)」임을 확인한뒤 이튿날 하오 5시30분께 관할 대전동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씨의 신고를 토대로 독자적으로 수사를 펴 황씨를 검거하려다 여의치 않자 이날 상오에야 검찰에 통보, 검찰수사팀이 태연히 출근해 근무하고 있던 황씨를 활판과 사무실에서 붙잡았다.

▷범행자백◁

영동지청으로 연행된 황씨는 검사의 추궁에 『내가 훔쳤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범행을 부인하다 1시간만에 『6월1일부터 이틀간 휴가를 앞두고 돈이 필요해 순간적으로 망차에 손을 댔다』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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