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는 것이 큰 재산이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까지 고향지역에서 다닌 사람이 보다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한다.많은 사람들은 「학교」이야기를 통해서 지방자치제가 각부문에 미칠 파장을 실감하고 있다.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말(마)이 새끼를 낳으면 제주도로』라는 옛 말은 흔들리고 있다. 지방의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꿈꾸고, 지역에서의 명성을 발판삼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그는 서울의 일류학교에 대한 집착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초·중·고·대학을 다 서울에서 다닌 사람이 중앙의 끈을 잡고 불쑥 고향에 내려와 표를 찍어달라니 고향사람들이 바지저고리냐』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이번 선거에서 자주 나타났다. 『대학까지 고향에서 다닌 진짜 이 고장 사람은 나뿐이다』라고 유세장에서 목청을 높이는 후보도 있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고향에서 나와야 그 지역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한 상황은 매우 중요한 신호탄이다. 지역의 인재들이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는 대신 고향에서 교육을 받고, 고향에 머물러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그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중앙정치에 도전하게 된다면, 지방도 중앙도 변할 것이다. 지방은 더이상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중앙에서 몇사람이 주무르는 정치는 더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카리스마적인 몇몇 지도자가 중앙에서 원격조종하는 정치는 이번 선거를 고비로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방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카리스마로 지배하는 정치가 한계에 이르면, 비전과 양식과 공정한 룰이 보다 큰 몫을 할 것이다. 96년의 국회의원 선거 97년의 대통령 선거는 지방선거이전으로 후퇴하지 않고, 성큼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후보경선이 확산되고, 낙하산 공천은 위축되고, 정치의식은 보다 민주화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3김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지만, 3김 역시 자신을 보다 민주화하지 않고는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에 대처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선거가 그처럼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유권자들은 좀더 각성해야 한다. 무관심에서 깨어나 진지하게 후보들을 연구해야 한다. 누구를 찍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유권자들은 이제 차츰 마음을 정해야 할 때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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