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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드러난 「경제안보」/이성철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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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드러난 「경제안보」/이성철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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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하오 6시께 재정경제원 기자실엔 「30분후 부총리 기자실방문」이란 메모가 급히 전달됐다. 당초 이날 저녁 홍재형 부총리는 금융학회주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부총리가 공식일정까지 취소하며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소식에 보도진들은 아연 긴장했다.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같은 혁명적 경제정책이 발표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홍부총리의 기자회견내용은 『조폐공사 옥천조폐창에서 1천원권 1천장이 사라졌고 대통령지시에 따라 조폐공사 사장을 전격 해임한다』는 것이었다. 일부에선 『돈 분실이야 다반사이고 액수도 많지 않은데 부총리가 일정까지 취소하며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조폐공사 사장까지 경질할 만한 일인가』라며 정부의 「조급함」을 비판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번 지폐분실사건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신속하게 처리하더라도 「성급하다」고 탓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화폐는 바로 국민경제의 골간인 신용질서 유지의 원초적 수단이다. 그래서 원시적 물물교환이 사라지고 화폐가 사실상 유일한 거래·결제수단으로 등장한 뒤론 어느시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화폐는 국가가 제조하고 관리해 왔다. 화폐 제조·관리는 경제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국가독점산업」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런 화폐가 제조단계에서 증발했다는 것은 사고수습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제기되는 「관리소홀」 「안전체계미비」같은 낯익은 책임론과는 근원적으로 다른, 바로 「경제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무너지면 신용질서, 나아가 국민경제 자체가 기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지폐분실사건을 개인이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소매치기 당한 것처럼 넘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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