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5일 조폐공사에서 불법 유출된 1천원짜리 지폐를 소지하거나 발견한 사람은 한국은행이나 경찰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출된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우리가 갖고 있는 돈과 똑같은 돈, 국가가 공인한 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지폐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을는지 모르고 국민이 그것을 경계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조잡한 위조 변조사건도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국가사범이 되는데 합법적인 진본 화폐가 불법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조폐창에서 돈이 불법 유출된 것은 국내에서도 건국이래 처음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돈을 찍어내는 조폐업무는 털끝만한 실수도 용인되지 않는 무오류의 절대적 신뢰와 철통같은 보안이 생명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옥천 조폐창도 청원경찰들이 24시간 철저한 2중3중의 감시를 하고 있고 모든 작업과정에서 작업자간 맞셈계수로 지폐숫자를 일일이 확인할 뿐만 아니라 제품창고 금고는 실무자와 중간간부가 각각 1개씩 갖고 있는 열쇠 2개가 있어야 문을 열 수 있도록 돼있으며 직원들이 작업종료후 소지품 검사를 받은 뒤에야 퇴근할 수 있게 하는등 나름대로 엄격한 관리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면 그 관리체계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재고확인뒤 9일 수량을 정기점검하는 과정에서 분실사실이 처음 발견된 후 14일에야 상부보고를 하는등 사후처리과정도 부실했고 조폐창의 자체조사에서도 분실경위를 전혀 밝혀내지 못하는등 곳곳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나태하고 성실치 못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평소 잦은 노사갈등을 빚는등 경영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은 국가의 존립기반이 되는 신용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정부의 국가관리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게 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돈을 찍고 유통시키는데 문제가 생기면 국가경제의 기조가 위태로워지게 된다. 기강과 규율의 상징이어야 할 조폐창에서조차 나사 빠지고 구멍 뚫린 전반적인 사회기강의 해이를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다.
철저한 조사로 사건의 경위를 신속하게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는게 급선무지만 조폐업무의 관리체계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점검과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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