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은 그만” “재기 기회로” 대결/지역주의와 “동전 앞과 뒤”/정치생명 걸고 한판 승부지방선거의 성격상 세대교체 공방은 뚜렷히 부각되는 쟁점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초반부터 여야가 설전을 거듭하는 지역주의 또는 지역감정 논란의 핵심은 바로 세대교체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를 통한 자연스런 인물교체를 정치개혁의 최종적 귀결점으로 삼고있는 여권핵심부와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굳히려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 및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벌이는 힘겨루기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와 직결된 것이라고 말할수 있다. 바꿔말해 한쪽은 김씨시대를 현실정치의 뒤안길로 밀어내려는 수순을 밟는데 비해 다른 쪽은 권력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현정권을 협공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상반된 양쪽의 이해가 맞부닥치면서 첨예한 대립상이 연출된 까닭에 이번 선거결과는 세대교체의 물꼬를 좌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수밖에 없다. 과거 빙탄불상용의 관계였던 김대중 이사장과 김종필 총재가 이심전심의 교감을 나누며 사실상의 연대전선을 구축해가는 것도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이와 관련, 정가관측통들은 『김영삼대통령을 포함한 3김씨가 87년 대선이래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게 이번 선거국면』이라고 분석하며 『어떤 의미에서 3김은 피차 정치생명을 건 제로섬(ZERO SUM)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김이사장과 김총재를 압박하는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관철될 것인지, 아니면 두김이 새로운 정치영역을 확보해 여권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킬 것인지의 여부가 선거결과에 따라 결정되리라는 얘기이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의 접근과 별개로 구체적 표밭현장에서도 세대교체문제가 중요한 메시지로 던져지고 있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에서 50대중반의 박찬종 후보가 무소속의 핸디캡에도 불구, 60대후반의 정원식 민자후보와 조순 민주후보를 줄곧 앞지르고 있는 것은 대표적 예이다. 특히 여권의 대대적 지원을 업고있는 정원식후보가 초반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여권이 스스로 세대교체 주장을 뒤엎는 공천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함께 강원등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주요후보들이 모두 40대후반이나 50대중반이라는 점도 음미할 대목이다. 이는 적어도 지역일꾼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각 당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할수 있으며 싫든 좋든 이런 흐름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3김씨 문제와 달리 지방선거 현장의 경쟁구도가 이렇기에 세대교체 문제는 서울등 1∼2곳을 제외한 지역에선 크게 부각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해 이런 구도자체는 세대교체가 시대흐름이라는 가정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향후 선거에서도 이런 추세를 거역하기 힘들 것 같다.
다만 우리정치의 고질적 요소인 지역할거주의가 엄존하는 만큼 세대교체 바람의 강도는 당분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연연령에 따른 세대교체주장은 나름의 허점을 안고있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면 지역주의적 세몰이와 세대교체공방이 동전의 앞뒤를 이루면서 핵심쟁점으로 부상될 전망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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