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정책 봇물 뒷감당 “나몰라라”/세수감소만 2천3백억… 재정 큰 부담경제가 실종됐다. 4대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선거드라이브」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정책은 원론적 구성요건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성과 형평성, 신뢰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미조정이 절실한 경기,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국제수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장개방…. 풀어야 할 현안은 산적해있는데 별로 다급하지도 않고, 때론 불필요한 정책들이 불쑥불쑥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도 한결같이 국가경제의 뼈대와 혈관인 세제 예산 금융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들이다. 내용으로나 시기적으로나 「표」를 의식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선거용 정책들의 발원지는 당. 경제정책의 총괄부처인 재정경제원은 정치권의 선거드라이브에 거부의사도 밝히지만 제동을 걸기엔 역부족이다. 경제현안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당정은 비현안들을 놓고 입씨름만 계속하고 평소 재경원의 「비토권」행사로 할 말을 못했던 타 경제부처들은 선거기류에 편승, 앞다퉈 「시혜성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전형적인 「경제의 정치시녀화」현상인 셈이다.
정부와 민자당은 14일 회사택시에 대해 97년까지 부가가치세액의 50%를 공제하고 배합사료도 소규모 부업축산농가에 한해 부가세 영세율을 적용해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회사택시의 부가세면제는 92년 대통령선거때 민자당공약사항으로 당이 재경원에 대해 집요하게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재경원은 당초 회사택시에 부가세를 면제해주면 ▲세수감소는 물론 ▲다른 운송수단과 형평성문제가 야기되고 ▲여객운송 과세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는 점을 들어 「절대불가」의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사항」을 앞세운 당의 파상공세에 결국 「면세는 아니되 세금을 절반으로 깎는」 타협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당정은 특정업계를 위해 부가세를 처음으로 깎아주는 선례를 남기면서 전세버스 화물트럭등 다른 운송업계가 부가세감면을 요청해올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됐다.
선거용 정책을 둘러싼 당정간의 마찰은 이번만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면세점을 조기상향조정한 것이나 민간부실인 덕산그룹 도산피해를 국고로 보상한다는 전대미문의 대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가피론」을 앞세운 당의 밀어붙이기식 요구에 재경원도 「불가론」으로 맞대응을 했지만 번번이 최종타협점은 결국 정치논리의 승리였다. 정부조직개편후 「재경원 피해의식」에 젖어있던 타 경제부처들도 정치계절을 맞아 예산 금융 세제지원이 불가피한 정책들조차 재경원의 「허락」없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번 택시 및 배합사료 부가세감면으로 예상 세수감소액은 연 1천2백60억원. 최근 증시부양차원에서 단행된 증권거래세율 인하로 4백억원, 또 부가세면세점 조기상향조정으로 6백70억원등 정치성 경제정책으로 인한 세수결함규모는 총 2천3백억원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돈쓸 데는 많고 세수전망은 불투명한 내년 재정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 실패시 책임은 해당부처의 몫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책임소재를 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 과천경제부처의 최대관심사는 물가안정도 경기연착륙도 아닌 적어도 2년이상 남은 「정치시즌」을 무사히 넘기느냐가 되어버렸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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