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그의 영문이름이 「스티브」로 적혀 있었다. 뜻밖이어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강남의 조기영어학원들에서 어린이들의 이름을 「존」이니 「메리」로 지어 부른다는 얘기를 듣던터에 외제이름이 우리의 주변에 가까이 와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친구의 이야기도 외국의 바이어들을 상대하는데 서양식 이름이 편리할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기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도 했다.
한자문화권에선 성 다음에 명의 순서로 쓰고 부르는게 공통적이다. 그런데 서양언론들이 동양인의 성명을 표기·호칭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중국인의 경우는 성명순이고 일본인은 서양인들처럼 명성순이다. 같은 한자권이라도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사람들 가운데 영문이름은 필자의 친구처럼 아예 서양식인 경우가 많다.
그점에서 우리나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김선달」이 되기도하고 「선달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5공시절 미국의 주요 신문들이 한국대통령부인의 이름을 「MRS. SOON」으로 표기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최근들어 외신들이 김영삼대통령을 「KIM YOUNG SAM」으로 표기하는등 일관된 원칙을 보이는 듯도 하다. 그러나 소수의 저명인사를 제외하면 표기순서는 여전히 뒤죽박죽이다.김대통령의 성을 「SAM」으로 아는 외국인이 있을지도 모를 지경이다.
우리에게 이름의 영문표기에 관해 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선례가 있다. 1883년 9월 조선왕조 최초의 대미 보빙사(보빙사) 민영익 일행을 맞아 미국신문들은 「MIN YONG IK」이라고 썼고, 보빙사일행이었다가 유학생으로 미국에 남게된 유길준선생은 학교등록부에 자신의 영문이름을 「YU KIL CHUN」으로 적었다. 이에반해 이승만 대통령은 「SYNG MAN RHEE」로 일관했다.
한국인의 영문이름표기는 아직 유길준과 이승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외제이름까지 번져가고 있으니 너무 혼란스럽다.
이름은 나라건 개인이건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어이다. 세계화의 요체가 국제사회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할때 대외적인 이름표기원칙 하나조차 없는 세계화는 앞뒤가 안맞는다.<국제2부장>국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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