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표음규정 미비/서울 사람도 발음혼동/학교서 변별력 길러줘야90년부터 「말하기·듣기」 교과서를 내고 국민학교 어린이에게 표준말의 발음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늦은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어학적으로 본다면 우리도 문명 선진국이 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지방색을 초월한 중립적인 표준말 발음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강력한 접착제역할을 한다. 교육과 언론, 사회공공분야에서 지식인 모두가 표준말을 사용하는 나라는 일등국이자 강대국이다. 표준말 교육의 중요성을 특히 위정자가 먼저 깨달았으면 한다.
어느 나라건 표준말은 국민 다수가 쉽게 이해하고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수도권 말이 반드시 표준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런던 토박이 말은 영국 표준어가 아니며 이탈리아 표준말은 로마 말이 아니라 피렌체 말이다. 듣기에 좋지 않은 방언은 수도를 그리 옮겨놓아도 표준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표준말인 서울말을 제대로 발음하는데는 몇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에」와 「애」처럼 글자 구별이 있는데도 사투리 버릇때문에 잘못 발음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성학적 훈련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새집(신옥)」 /「새집(조소)」, 「실패(실패)」/「실패(사축)」, 「성적(성적)」/「성적(성적)」 처럼 발음은 달라도 한글맞춤법이 미비한 탓에 글자만으로는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조차 발음이 자주 틀리게 된다. 한글자모는 서양로마자보다 훨씬 과학적이지만 철자문제에 이르면 서양 로마자보다 어의분별력이 뒤떨어진다.
언어학적으로 보면 한글에서 자모의 우수성과 맞춤법의 열악성을 구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맞춤법의 표음미비점을 외면한채 한글자랑만 해온 것이다. 현행 한글 맞춤법만으로는 서울말의 발음학습이 되지 않으므로 우선 국어교육에서 발음지도를 따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글문화의 장래를 위해 한가지 덧붙이겠다. 워드프로세서 컴퓨터에서 글자 내장방법으로 음절 완성형은 한글발전을 가로 막는 것이다. 현행 미비한 맞춤법개선을 위한 논문을 써서 새로운 제안을 하려 해도 그 완성형 기계로는 그런 논문을 찍을 수도 없다. 자모 조합형기계로 무슨 철자라도 찍을 수 있어야 한다.<유만근·성균관대 교수·음성학>유만근·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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