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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 타결이후(사설)

입력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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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24일간의 마라톤회담끝에 경수로원전 제공협상을 타결지은 것은 한반도에서의 핵개발을 억제하여 긴장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번 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원전의 노형을 한국형으로 하고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맡는다는 데에 우회적이나마 합의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합의에 즈음하여 클린턴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공약한 것은 우리에겐 한국형을 분명하게 하는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북·미간 합의문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노형과 주계약자를 선정해서 경수로를 북한에 공급한다고 돼있어 KEDO규정에 따라 한전이 주계약자가 된다는게 확실해졌다. 특히 합의문에 「현재 건설중인 2개의 냉각재유로를 가진 1천㎿경수로를 공급한다」고 규정하여 울진 3·4호기 원전이 참고발전소가 되게되어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합의문에 당초 정부가 누차 약속하고 한·미간에 합의했던 한국형의 명기가 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최대한으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북·미합의문에 우회적으로 넣었고 한·미·일 3국의 KEDO이사회가 이것을 결의하게 되며 특히 클린턴이 이를 보장하는 각서형식의 친서를 보내는 등 3중의 장치를 한점을 강조할 수 있다.

우선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KEDO가 서울서 긴급집행이사회를 소집, 한국형을 제공하고 사업의 주계약자인 한국기업(한전)이 사업전반을 수행한다고 결정한 것은 합의문의 첫실천으로서 한국형등을 재확인한 매우 타당한 조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북한이 어떤 상대인가. 단 한번도 동의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는 상대다. 제네바협의문을 발표한지 반년도 안돼 트집끝에 추가시설을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KEDO와 실무협상에서 어떤 시비와 트집을 제기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이제 8∼10년에 걸친 원전건설의 긴 장정중 첫고비를 넘긴만큼 정부는 북한의 약속이행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엄청난 부담이기는 하지만 우리 손으로 발전소를 지어줌으로써 북한을 개방시키고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남북대화의 재개가 실종된 것은 깊이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제 경수로협상타결로 한반도의 기류는 큰 변화를 맞게 될뿐더러 나아가 북·미, 한·미관계도 크게 변하게 됐다. 적어도 종래와 같은 전통적 우방개념에서 실리에 의한 협력관계가 중시될 것이 분명한만큼 정부는 특히 대미·대일관계를 새로 정립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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