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삐걱거리는 조직·“금고 바닥” 고충토로/박“사람·돈 몰린다” 유세차량 43대나 활용서울시장선거가 종래의 상식과 달리 기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원식(민자), 조순(민주)등 정당후보들이 근근히 선거살림을 꾸려가는데 반해 무소속 박찬종 후보는 한결 여유있는 표정이다.
역대 선거의 정형은 「여당=조직, 야당=바람, 무소속=고군분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는 이같은 통설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정반대의 현상마저 드러나고 있다. 즉 여야후보들은 자금난, 삐걱거리는 조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박후보는 조직, 자금면에서 넉넉한 살림을 꾸려가는 모습이다.
단적인 사례가 유세차량이다. 정후보는 2·5톤 트럭 5대를, 조후보는 봉고차 1대를 각각 유세차량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박후보는 대형스크린이 부착된 고가의 「멀티큐브」차량을 비롯, 보조홍보차량인 1톤트럭 42대를 활용하고 있다.
더욱이 박후보는 42대의 「용달군단」을 오래전에 발주했으며 이미 지난 주말에 발대식을 가졌다. 이에반해 정후보측은 유세가 시작된 11일에야 허겁지겁 서울시지부에서 유세차량을 준비했다. 조후보측의 사정은 더 심각해 지난 주말까지 연단도 마련하지 못했고 유세당일 겨우 유세차량을 마련했다.
이처럼 「선거풍속도」가 뒤바뀐 이면에는 선거자금의 이상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박후보에게 상당한 돈이 몰리고 있는듯 하고, 여야후보들은 빠듯한 자금사정으로 고통을 느끼는 분위기다. 박 후보의 측근들도 『요즘은 사람과 돈이 오고 있다. 그러나 박후보가 친지 친구들의 조력만을 받고 꼬리달린 돈은 받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선거조직도 짜임새있고 활기있게 가동되고 있어 간접적으로 박 후보진영의 여유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민자당은 최근 서울시지부에 3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 어느정도 조직을 활성화시켰다. 또 지구당위원장들에게도 3천만원을 배정했기 때문에 정 후보의 처지는 조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를 총지휘하는 책임자가 없는데다 조직의 응집력도 약하다는게 중론이다.
조후보는 당내 갈등, 이기택 총재의 비협조로 인해 자금면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조후보의 한 선거참모는 『금고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라며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실 조후보의 선거캠프에는 이해찬 본부장을 포함, 자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 없어 중앙당의 지원이 없을 경우 어려운 선거전이 예상되고 있다.
정 후보측이나 조 후보측은 『빚이 7억원이나 된다는 박후보가 어떻게 가장 풍족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느냐』며 은근히 박후보의 이중플레이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측은 『우리 조직이 잘 가동되는 이유는 자원봉사자, 익명의 조력자로부터의 십시일반이 많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이런 역전된 선거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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