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간중 연 수백만명 이동/주변시설 건설 등 참여도 기대교착상태에 있던 남북경제협력관계가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다. 울진 3, 4호기와 똑같은 원자로를 북한에 건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북·미 핵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원전기술진을 중심으로 한 남한인력이 대거 북한에 들어가고 시멘트 철근 전선등 원전건설 기자재가 대량 북한에 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인력과 자재가 남북한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계기로 합작공장건설 사회간접자본(SOC)참여등 그동안 기본원칙에 합의해놓고도 진전이 없었던 각종 남북경협사업들이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원전건설사업에 직접 참여할 한국전력이나 한국중공업 현대 대우 동아 대림등 국내 10여개 기업들은 원전건설사업과 함께 부수적으로 적지 않은 남북경협사업을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북·미핵합의에 따른 남북경협관계의 가장 큰 변화는 남한인력의 북한상주다. 통상산업부와 한국전력등 원자로건설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될 당국은 지난 89년부터 건설에 착수한 울진원자력 3,4호기사업으로 미뤄 북한내 경수로사업 착수후 완공되는 8년5개월동안 적어도 연인원 1천만명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산부는 북한이 단순노무인력을 얼마만큼 공급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남한인력이 결정되겠지만 북한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인력은 연인원 1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전문기술자와 원전건설의 주요공정중 하나인 용접인력등 건설과정에서 일정수의 남한 노무인력이 북한에 들어갈 경우 경수로사업과 관련해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 남한인력은 줄잡아 8년5개월간 연인원 2백만∼3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기적으로는 우선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공급협정을 정식 체결하기 전에 원자로건설부지 선정팀이 북한에 들어가게 된다. 통산부는 KEDO와 관계 전문인력을 주축으로 미국 일본등을 포함한 관계자 수십명이 북한이 원자로건설부지로 제시한 원산북방 신포지역을 늦어도 올 3·4분기중 방문해 부지선정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기업들이 북한과의 경협이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원전 건설기자재의 북한반출이다. 북한내 경수로사업이 순조롭게 진전될 경우 콘크리트 철근 철골 펌프 밸브 전선 전선관 중대형 배관등 남한산 자재들이 북한에 반출될 것이 확실하다. 시멘트와 철근등의 경우 북한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현재 북한산 자재의 품질로 봐서는 거의 전량 남한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울진 3,4호기로 미뤄 북한에 반출될 남한 자재는 콘크리트 62만2천㎥, 철근 7만3천톤, 철골 1만5천톤, 펌프 2천개, 밸브 2만5천개, 전선 4천7백, 전선관 31만5천, 대구경배관 2만6천개, 소구경배관 13만5천등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한의 각종 자재들이 앞으로 10여년동안 줄이어 북한에 반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삼성 대우 쌍용 코오롱 신원등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합작사업이나 SOC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북한내 경수로사업의 본격적인 진전과 함께 남북경협사업들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대북제공 한국형 경수로란/10년걸쳐 자체개발 안전성 탁월/건설비 싸고 공기짧아 경제적
한국형 원자로는 한국표준형 원자로의 줄임말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의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재로 물(경수)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한국형 경수로라 부른다. 연료로 2∼4%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고 원자로 계통을 약1백50기압까지 압력을 높여 원자로내에서 물이 끓지 못하도록 하기때문에 가압경수로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형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전력기술(주) 한국중공업(주) 등 원자력관련 기관들이 84년부터 원자력 기술개발에 착수, 10년만인 지난해 외국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독자기술로 제작한 원자로이다. 울진3호기는 첫 한국형 원자로로 기존 원전보다 내진강도가 보완되고 국내 해수온도를 고려하는 등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됐다.
울진3호기 착공 당시 우리나라는 원전을 처음 도입한 78년 이래 처음으로 주계약자가 됐고 외국업체를 하도급업체로 참여시켜 한국형 원자로를 설계했다. 울진3호기는 기자재 대부분을 국산화했고 우리 기술이 주도로 제작, 설계와 제작의 95%를 자체 해결했다.
한국형 원자로는 미국의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가 개발한 시스템80(S80)을 모델로 해 우리 실정에 맞게 용량을 1천㎿로 낮추었다.안전성을 더욱 강화시켜 울진3호기에 원자로를 설치함으로써 그 실체가 나타났다.
한국형 원자로는 원전의 핵심기기중 하나인 원자로만 한국형이 아니다. 원자로는 물론 가압기 증기발생기등 주요 구성품의 설계 제작 시공까지 모두 우리기술로 해결했다. 때문에 소유권이 우리나라에 있으며 외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의 승인이나 기술료를 지불할 법률적 의무는 없다. 다만 미국과의 외교관계와 한국전력이 제3국에 수출할 경우 CE와 공동진출키로 계약을 하고 있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형 원자로는 특히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 미국 모델에 비해 안전도가 5∼10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제어시스템등 최신 기술을 채택하고 비상발전기를 3개로 늘리는 등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자력안전국장 등 전문가 10명이 울진3호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성 검사결과를 근거로 한국형의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결론지었다.
한국형은 건설단가가 ㎾당 2천달러(1백52만원)로 외국 원전보다 3분의 1정도 싼 것으로 알려져 경제성측면에서도 우수하다. 공사기간도 미국모델보다 5개월이상 짧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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