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몰아붙이기」 한국측 강경주문/25일간 마라톤대좌 수차 위기도북·미가 콸라룸푸르에서 지루하게 진행된 준고위급회담을 완전타결짓고 공동합의문의 발표에 합의하기까지는 지난달 19일부터 12일까지 2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서명 및 발표절차를 제외하면 지난해 북한핵문제의 향배를 결정지은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때와 똑같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회담은 결렬위기를 몇차례 넘기며 25일간 계속됐지만 최종타결이 이루어지던 12일 밤의 숨가쁜 순간은 이번 회담을 압축해 놓은 듯했다.
북·미는 협상이 종반으로 접어들던 지난 7일부터 서로 상대방의 발목을 잡아두기 위해 「기본합의」「잠정합의」「최종훈령대기」등의 말을 흘렸으나 12일 회담이 시작 되기전 까지는 타결가능성이 반반이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측은 12일 상오부터 13일 새벽 6시까지 비공식접촉을 포함, 4차례 회담을 열었으나 평양의 승인여부로 최종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급해진 북한은 발표시기를 일단 미루고 귀국했다가 다시 만날 것을 미측에 제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미측은 콸라룸푸르서 공동합의문의 발표까지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으로 북한을 몰아붙였고 북측은 대표단의 출발예정시간 직전에야 평양의 승인훈령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마지막 순간까지 전도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진행됐지만 회담과정에서도 몇차례 결렬위기를 넘겨야 했다.맨먼저 닥친 결렬위기는 회담시작 16일째였던 지난 3일 북한이 추가부대시설 제공요구로 배수진을 치면서 핵동결 해제위협을 가했을 때 찾아왔다. 회담이 끝난 뒤 토머스 허바드 미측 수석대표는 이곳에 파견된 한국정부 협의대표단에 『협상계속에 회의적이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것.
이때 허바드 수석대표는 회담석상에서 북측에 『폐연료봉재처리등 핵동결해제위협을 철회하지 않으면 회담은 끝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부터 추가부대시설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간파한 미측은 오히려 벼랑끝전술을 쓰면서 실질적인 경수로사업부분에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즉 추가부대시설제공요구를 들어줄듯 말듯 하면서 한국형경수로 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관한 명확한 표현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의 핵동결해제위협이 주춤하는 사이 미측은 이미 합의된 내용의 문안작업에 착수, 그 최초의 결과가 7일 양측의 합의도달 시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상황은 다시 한번 반전된다.
합의문 초안을 전달받은 한국정부의 입장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어느정도 미측이 각오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한국측은 원칙고수입장과 함께 협상전술차원에서 북측을 막판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미측에 주문했다. 이때의 상황을 한국정부 협의대표단은 회담시작이후 가장 어려웠던 고비이자 우리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시작한 때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 삐걱거리는 것 같던 한미의 전열이 정비된 뒤 미측은 북한과 마지막 담판을 시작했다. 한국형경수로 및 참조발전소의 규정과 관련, 북측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복수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 대신 추가부대시설부분에서는 다소의 양보를 감수해야 했다. 이 복수안중 북측이 선택한 안은 다행스럽게도 한국측이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아 이미 승인한 안이었던 것이다. <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콸라룸푸르=고태성>
◎허바드 미 수석대표 일문일답/한국 설계·제작·건설·관리 중심역할/공동합의문외 다른 비밀합의서 없어
토머스 허바드 미측 수석대표는 미대사관에서 공동합의문 발표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는 한국울진에서 건설중인 한국형모델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주계약자는 누가 되나.
『한국기업이 주계약자이며 설계, 제작, 건설및 사업관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경수로 노형과 제작장소는.
『KEDO가 노형과 주계약자를 선정하며 KEDO는 설립협정에 한국형경수로의 제공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행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의 공직자로서 노형과 주계약자는 분명히 한국형과 한국기업임을 밝히고자 한다』
―북측이 합의에 응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기본적으로 제네바합의의 이행을 원하며 경수로건설을 국가발전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 또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원하고 있다』
―회담중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인정했나.
『우리는 회의도중 북측에 경수로는 현재 한국내에서 제작중인 경수로임을 충분히 설명했고 북한도 이에 이해를 표시했다』
―공동합의문외에 비밀합의서가 있는가.
『없다』
―북한에 대한 추가지원은.
『KEDO와 북한이 협의하게 되나 KEDO는 통상적인 경수로사업때 공급되는 부분이상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콸라룸푸르=고태성>
◎김계관 북 수석대표 일문일답/주계약자 등 문제 미·KEDO 결정사안/경수로사업 통해 남북대화 마련 기대
김계관 북측수석대표는 북한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수로노형과 관련, 미국기술 및 설계에 기초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 노형을 「미국형」이라고 지칭하지 않아 한국형경수로 수용을 사실상 인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합의문에 「울진3·4호기」의 특징이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노형문제의 핵심은 설계와 기술이 어느나라 것에 기초했는가 하는가이고 그것이 어디서 생산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계약자등 그밖의 문제는 미국과 KEDO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으로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KEDO의 일원인 한국의 기술자들이 방북할 수 있는가.
『미국과 KEDO가 조직할 문제이고 우리는 관계하지 않는다』
―추가부대시설에 대한 입장은.
『경수로사업은 우리의 정치적 결단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일반 상업계약과는 다르며 경수로의 건설, 완공, 운영등 전단계에서 우리는 한푼도 돈을 낼 수 없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것이다』
―이번 합의가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는가.
『지난해 조문파동등으로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나 경수로사업과정을 통해 대화분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이런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연락사무소개설등 북·미관계개선의 전망은.
『영사문제, 주택구입문제등이 해결되면 연락사무소는 개설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대사급수교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이번에 합의된 북한기업의 역할은.
『우리 기업은 경수로사업에 참여해 경수로가격, 자금상환 및 기술도입조건을 정하는데 북측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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