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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득실분석/미 명분­북 실리 사이 일정소득(경수로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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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득실분석/미 명분­북 실리 사이 일정소득(경수로 타결)

입력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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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수용·남북대좌길 성과/주계약자역할 「실질보장」 주목콸라룸푸르 북·미 준고위급회담에서 타결된 북한 경수로사업 합의내용은 앞으로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과정에서 구체적인 골격을 형성하게 된다. 앞으로 10년 가까이 계속될 대북 경수로사업의 청사진이 마련된 셈이다.

미측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관철하려 한 것은 대부분 한국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최종적인 평가는 한국형경수로 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어느 정도 명확히 확보됐느냐를 따져보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런 기준에서 북·미간 합의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양측이 기본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나눠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미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전제 아래 KEDO가 경수로 노형을 선정한다는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KEDO 설립협정상에 「한국표준형경수로」의 제공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실질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다 참조발전소로 「울진 3·4호기」를 합의문에 직접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두개의 냉각제 유로를 가진 1천㎿급 가압경수로 2기로 현재 건설중에 있는 것」이라는 고유한 기술적 특성을 명시함으로써 향후 모호성의 시비를 차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합의와는 별도로 KEDO를 중심으로 한 한·미·일 3국의 내부적 합의가 있어야 완전한 원칙 관철이 가능하다 하겠으나 이 부분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중심적 역할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KEDO를 향후 속개될 경수로협상의 유일한 상대로 인정한 것이 큰 성과다. 한국은 KEDO의 핵심멤버로서 향후 대북협상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경수로사업과 관련, 남북대좌의 길을 텄다. 또 KEDO가 주도하는 경수로 부지조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보장됐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동결 유지를 재확인하고 핵연료봉의 안전한 처리에 동의한 것도 우리측의 소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경수로사업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주계약자 문제에서는 역시 보완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합의문상에 KEDO가 주계약자를 선정한다고 돼 있어 한국기업의 선정은 분명하나 주계약자가 설계 제작 시공 사업관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부분은 형식적이나마 KEDO 내부 결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얻은 가장 중요한 실익은 추가 부대시설 부분에서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보장과 함께 추가지원을 위한 협상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 전용 방지조치가 전제이기는 하지만 중유의 계속적인 공급을 보장받은 것도 북측의 소득이다. 합의문에 「미국회사의 원 설계와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라는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미국냄새를 피운 것도 수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미측은 경수로사업의 착수단계에서 당장 필요한 부지 정리작업을 KEDO 비용으로 한다고 보장함으로써 추가 부대시설 제공의 길을 열어놓았다. 따라서 향후 협상에서 북한은 계속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협상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해 보면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 경수로공급협정 체결등 대북 협상과정이 첩첩이 남아 있어 앞으로 한·미·일 3국의 완벽한 공동대응이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

◎경수로 타결후 북·미관계 전망/미,대북관계개선 속도낼 듯/중유인도·폐연료봉처리팀 곧 방북/연락소개설 예상외 빨라질 가능성

미국은 콸라룸푸르에서 열렸던 북·미 경수로협상 타결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보장하는 동시에 북한의 체면을 유지해 줌으로써 남북한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준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번 북·미합의는 남북한 양측이 동시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윈 앤드 윈」(WIN & WIN)의 상황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문에 「한국형」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양보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미국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인정한 북한측의 양보가 협상타결의 더 큰 변수였다』고 지적했다.

클린턴미행정부는 이번 경수로 협상의 타결로 그동안 북·미 양국관계의 진전을 가로 막았던 커다란 걸림돌이 제거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향후 경수로 공급협상은 적어도 형식면에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의 다자간 협상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따른 상호 의무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

첫째, 미국은 이달중 그동안 일시 중단된 대북한 중유제공 재개를 위한 전문가회담을 북한과 벌이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의 제네바합의에 따라 올해초 5만톤의 중유를 북한에 인도했으나 북한이 이 가운데 일부를 공업용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공급이 중지된 상태이다. 미국은 오는 10월까지 10만톤의 중유를 제공키로 북한과 합의한 바 있는데 이번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면 추가분 중유도 차질없이 인도될 것이다.

둘째, 미국은 폐연료봉의 처리를 위한 전문가 팀을 이달중 북한에 파견해 영변의 저수탱크에서 서서히 부식돼가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보관 및 반출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상과 같은 사항들이 원만하게 이행돼 나갈 경우 미국의 대북한 추가 경제제재 완화조치 및 북·미간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분위기는 크게 무르익게될 것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고위 관리는 12일 콸라룸푸르 합의 이후 북·미관계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번 합의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전』이라고 전제하고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시기는 부지선정과 영사문제를 비롯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는대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평양과 워싱턴간의 연락사무소 개설문제는 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진전과도 현실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개설시기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북한 지도부가 대미 관계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남북관계도 멀지않은 장래에 예상외로 호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미국쪽 시각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과의 각종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없이는 북·미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북한측에 보내고 있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13일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한 다짐도 단순한 수사만은 아닌 듯하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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