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독점생산 유일한 합작사/일제보다 높은값에 판매… 올 35만대 목표/최첨단시설 중국선 필수견학코스로 권장톈진(천진)에서 고속도로로 바닷가를 향해 30가량 달리다보면 톈진공업의 메카인 경제개발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 초입부분에 미국의 모토로라사와 마주보고 서있는 건물이 「천진삼성전자유한공사(삼성전자유한공사)」이다. 바로 삼성전자가 4천6백만달러의 자본금중 50%를 투자해 직접 경영하고 있는 최첨단 VCR공장이다. 연간 60만대의 생산설비를 갖춘 이 공장은 삼성의 중국진출을 얘기할때면 약방의 감초격으로 등장한다. VCR사업은 삼성의「중국진출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삼성관계자들은 중국정부 실력자와의 협상노하우를 대부분 VCR공장진출과정에서 얻었다는데 이의를 달지않는다. VCR진출성공을 계기로 삼성의 중국진출통로가 뚫렸던 것이다. 또한 중국에 삼성의 고기술력을 알리는 첨병노릇도 톡톡히 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 공장은 중국전자공업부로부터 VCR내수지표(연간생산량)를 직접 하달받아 생산하고있는 11개 VCR독점생산기업중 유일한 외국합작기업이다.
여기서 생산한 제품의 기술력도 대단하다. 일례로 일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중국인에게 동종의 경우 일본의 마쓰시다(송하)제보다 5%이상 높은 값을 받고있다. 93년 7월 제품을 생산할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관계자및 판매딜러들은 VCR시장을 석권하고있는 마쓰시다제품가격의 85%만 받으면 성공적이라고 내다보았다. 현재 S80(대당가격 3천4백50위안) S20(1천9백80위안)등 2종을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모두 15만대를 생산, 이중 5만8천대를 중국에 팔았다. 나머지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과 똑같은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했다.
올해는 갑절인 35만대를 생산, 이중 15만대를 중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위해 5종의 신모델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장소도 기존의 3백곳에서 더욱 늘릴 계획이다. 생산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최단시일내 중국인연구진을 통해 현지에서 직접 신제품모델을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를 위해 이미 17명의 중국명문대출신 전자공학도들을 선발해 현재 훈련중이다.
2만평 부지에 연건평 6천4백평규모로 건설한 지금의 공장은 지난 2월부터 생산체제에 들어갔다. 2월초 공장을 찾아본 우이(오의)대외무역부장이 『모든 공업관련 지도부인사는 꼭 견학하라』고 권했을 만큼 첨단로봇생산시설이 갖춰진 공장이다. 삼성은 앞으로 이공장을 톈진의 필수견학코스로 만들어 홍보에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의 VCR시장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은 90년 5월이었다. VCR을 중점전자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중국정부의 방침으로 현지진출이 아닌한 중국공략은 어렵겠다는 홍콩지사의 보고직후였다. 당시 삼성은 85년 홍콩을 통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매년 많게는 10만대까지 VCR을 팔아오던 상황이라 중국시장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중국과의 합작을 통한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미 중국내 9개업체중 7개사가 일본기업들과 기술제휴계약을 해버려 파트너를 찾는 일 부터가 난관이었다. 더구나 삼성을 포함한 한국기업에 대한 인식도 일본기업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떨어졌고 국교조차 맺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여곡절끝에 톈진통신광파공사와의 합작협상이 시작된지 3년만에 타결돼 93년 4월에야 마침내 VCR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증을 손에 쥐게됐다.
VCR공장설립이 가능하게 된데는 사연이 있다. 삼성은 92년도에 LG전자및 일본의 히다치(일립) 마쓰시다사등 3개회사와 함께 VCR부품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데크의 중국내 독점공급권을 놓고 경쟁을 한 적이 있었다. 삼성은 당시 막판로비에 밀려 마쓰시다에 패배했지만 선없는 VCR을 선보이는등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여 기술력을 중국지도부에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삼성의 기술력을 인정해준 중국지도부가 이듬해 VCR합작공장을 전격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또한 독점생산자격을 받았을 뿐만아니라 11개 VCR독점생산기업중에는 유일하게 마쓰시다제품의 데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특혜도 받았다.<텐진=이동국 기자>텐진=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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