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술끊기 공개모임(장명수 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술끊기 공개모임(장명수 칼럼)

입력
1995.06.14 00:00
0 0

이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그중의 하나는 예고된 음주운전 단속일에 음주운전으로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4월·5월 전국에서 네차례 예고된 음주운전 단속이 있었는데, 적발된 숫자가 6천3백30명이나 됐다. 신문·방송이 음주운전 단속일을 거듭거듭 알려주는데도, 적발건수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기습단속을 할때에 비해서는 3분의 1정도로 줄었지만, 매번 1천6백여명의 배짱센 사람들이 미리 알려준 단속에 걸린다는 것은 놀랍다.그러나 그들중 상당수는 배짱센 사람이 아니고,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알코올중독이라는 병이다. 『오늘밤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십중팔구 걸릴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자. 술을 마시더라도 운전만은 하지말자』고 다짐하지만, 알코올중독환자는 술에 관한한 자신을 조절할수 없다. 한번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처벌뿐 아니라 단주치료를 의무화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alcoholics anonymous)은 21일 하오1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첫 공개강좌를 갖는데, 그 목적은 알코올중독이 「육체적·심리적·영적인 병」이라는 사실을 우리사회에 널리 알리고, 대응책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병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사회적 피해가 심각하고, 환자와 그 가족의 생을 파괴하고, 한국인들속에 깊이 침투해 있지만, 그것이 병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하여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음주운전의 피해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A·A모임의 단주운동이 시작된것은 193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증권투자가인 한 알코올중독자가 다른 알코올중독자인 의사를 만나 서로 경험을 털어놓고 큰 도움을 얻으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들은 다른 알코올중독자들을 찾아 나섰고, 서로의 체험에서 도움을 얻어 술로부터 해방되는 기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후 A·A운동은 세계 1백45개국으로 퍼져나갔고, 한국에 소개된 것은 13년전이다. 한국지부는 서울·대구·광주·부산·인천등에 모임을 조직하고, 알코올중독이라는 병과 공동으로 싸우고 있다(대표전화 02)774―3797).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알코올소비국인데, 알코올중독에 대한 인식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술먹고 하는 실수」는 눈감아줄 만큼 음주문화가 관대하다. 술끊기 공개강좌는 술에 관한 인식의 전환에 기여할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혹시알코올중독이 아닐까, 애주가들은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