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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민주질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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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민주질서(사설)

입력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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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과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으로 야기된 종교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제 긴장관계를 넘어 국민이 우려할 사태로 증폭되고 있음은 유감스럽기만 하다.「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항의성명으로 비롯된 종교계의 반발은 자칫 정부와 맞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혹시라도 그런 위험이 현실화한다면 그것은 정부와 종교계는 물론이고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극한대립은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단호한 소신임을 밝혀 둔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11일 미사의 강론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갈등관계의 지속을 바라지 않지만 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그 귀추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

종교계가 성역이나 성소로 선언한 성당이나 사찰에 경찰력이 투입된 행위자체는 아무리 불가피했더라도 종교의 입장에서는 무거운 아픔을 남긴게 엄연한 사실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범위 안에서 종교계의 반발과 노여움 또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더욱이 명동성당은 천주교측이 말하는 대로 문민정부 탄생의 모태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곳은 분명 민주화투쟁의 당당한 마당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제 달라졌다. 한국통신노조 집행부가 성당과 사찰로 뛰어든 것은 과거의 그것과 성격이 완연히 다르다.

그들은 정부에 의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어 수배된 상태에 있었음을 먼저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불법여부는 사법적인 처리에 맡기는 게 타당하다. 정당한 법의 집행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질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따로 성역이나 치외법권이 있을 수가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명동성당이 문민정부 탄생의 모태라는 긍지와 함께 이제는 민주질서유지의 보루이기를 강력히 바라고자 한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종교계의 입장이 새로 차분하게 정리되기를 또한 기원하고 싶다.

한국통신의 노사분규는 노사관계에서 매듭을 풀어야 하지 종교계가 대타역을 맡을 이유나 근거는 없다는 게 우리의 확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종교탄압이나 노동탄압으로 비약시키는 발상은 자제함이 마땅할 줄 안다. 냉정과 슬기를 발휘한다면 오늘의 긴장과 대립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격앙을 억누르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함이 필요한 때다. 민주질서의 확립이야말로 국민 불안을 제거하는 첩경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긴안목으로 모두에게 자중자애가 요구되고 있는 시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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