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능력평가 절하”… 뒤늦게 공부 붐/퇴근후 자판·기능 익히기 밤샘 씨름도농협중앙회 신용보증부에 다니는 노환상(56)부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20년동안 미뤄왔던 컴퓨터배우기를 최근 시작한 노부장은 바로 몇시간 전에 배운 명령어가 생각나지 않아 밤늦게까지 컴퓨터와 씨름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노부장이 뒤늦게 컴퓨터를 배우게된 이유는 한가지. 「젊은 세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노부장은 『컴퓨터를 모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우스」가 무엇인지 몰라 당황했던 경험도 있다.
이제 웬만한 사무실에서 컴맹이 설 자리는 없다. 특히 40대이상 간부들의 처지는 갈수록 곤혹스럽다. 학창시절 컴퓨터를 구경조차 못했던 이들 「컴맹세대」가 정보화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모른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능력은 평가절하된다.
이들의 딜레마는 직장내에서 세대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진다. 코오롱상사 기획부에 근무하는 임대선(32)씨는 『요즘 젊은 사원들은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업무구분을 명확히 가른다』고 말한다. 자연 워드프로세서를 칠 줄 몰라 기안을 맡기거나 사내통신망에서 자료를 검색할 줄 모르는 관리자는 어쩔 수 없이 아랫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컴맹탈출」에는 남들보다 더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컴퓨터와 친숙한 젊은 세대들과는 달리 기능 하나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굳어진 손으로 자판을 익히는 것부터가 장벽이다.
지난해말 한달동안을 꼬박 컴퓨터에 매달렸던 조흥은행 김포지점 윤량(49) 지점장은 『뒤늦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기본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컴퓨터의 기능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어렵게 배운 컴퓨터를 자기것으로 활용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아무리 워드프로세서사용법을 알고 있어도 글을 쓸 때는 펜을 들어야 하는 오랜 습관을 바꾸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하기 때문이다.<이지선 기자>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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