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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유/여만철(서울에서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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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유/여만철(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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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주년인 이 해 내 나이도 어언 50이다.나는 지금 새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철없이 지낸 인생의 초기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시절 일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그러하지 못하다.

인간이 갖고자 하는 삶의 자유는 부모가 주는 것이지만 이는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권력에 의해 철저한 지배를 받는다.

나는 요즈음 서울에서 살면서 내가 살아온 삶과 자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삶의 대부분을 겉과 속이 다른 사회에서 살아왔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사회가 내가 살아온 사회이다. 나는 그런 사회에서 더이상 살고싶지 않아 모험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북한에 있을 때 죽고자 했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구촌 전체가 북한과 같은 악스러운 사회였다면 나는 내 가족과 함께 죽었을지도 모른다.

남한사람들은 아직도 북한에 대해 아는것 보다 모르는게 많다. 내가 이 글을 「삶과 자유」라는 제목으로 쓰는 이유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내가 말하는 자유는 차라리 사치스러운 것이다.

북한은 초보적 자유인 활동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다. 여행의 자유가 없음은 물론이다. 김일성은 집권초기부터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문벌제도는 물론 가족제도까지 철저히 말살 시켰다.

씨족단위로 생활해온 북한주민들을 전국에 분리해 강제로 이주시켰다. 우리 친척들만 해도 북한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회갑과 생일잔치등 가족단위 행사의 참석마저 제한되고 있다. 결혼식 참석도 본인이나 직계친척이 아니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장례식마저 별로 다르지 않다.

삶에 대한 욕구도 그렇다. 북한사람들은 옥수수밥에 된장이라도 하루 세끼를 먹어보는게 소원이다.

김일성은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 비단옷 입고 살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하루 두끼 먹기운동을 해야만한다.

나도 그랬지만 수많은 북한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배고픔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주체농법이 관철되고 전국적인 수리시설이 완성돼 쌀풍년이 올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지금 남한과 일본등 세계각국에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

김일성부자는 그렇다해도 그 밑에서 아부굴종하는 하수인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뿐이다.

우리는 모두 주의깊게 북한을 지켜봐야 한다. 통일은 오고 있다. 그리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은 오직 한길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지구촌 어디에서도 발붙이고 살 수 없도록 해야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어떠한 쌀 지원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북한은 늦가을의 서리맞은 뱀이나 다름없다. 모든 물자지원을 중지하는 것만이 피를 흘리지않고 통일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약력

▲양강도 풍서·50세

▲풍서 고등기술학교졸업

▲갑산 자동차운전기사 양성소졸업

▲사회안전부 경비소대장(소위)

▲함흥시 용성구역안전부 보안과 지도원(중위)

▲사회안전부 정치대학 졸업(대위)

▲채취기계공업총국 함흥지구 수입자재공급소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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