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통렬한 로드무비 여성영화 새 지평/광고감독출신… 탁월한 솜씨 발휘/「블레이드 러너」 등 화려한 영상추구여권해방 영화의 잣대가 된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91년·MGM작)는 화려한 시각미를 구사하는 리들리 스콧(RIDLEY SCOTT·57)이 처음으로 이 시각에 극적 추진력을 조화시킨 페미니스트 로드무비이다. 구태의연한 것과 남성위주의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여자들에 대한 사회와 남성의 몰이해를 조소하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여자 알기를 신발의 흙털개 정도로 생각하는 남편과 사는 델마(지나 데이비스)는 명랑한 성격의 20대 주부. 떠돌이 악사를 애인으로 둔 루이스(수전 서랜든)는 30대의 커피숍 웨이트리스이다.
성격이나 생활태도가 다른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일상이 끈적끈적하고 지루하다는 것. 둘은 어느 주말 기분전환차 66년형 새파란 물색 T버드 컨버터블을 타고 낚시여행을 떠나는데 그만 이 여행이 다시는 귀향할 수 없는 운명의 여행이 되고 만다.
처음에는 키들키들 장난치듯 신나게 시작된 두 여인의 여정은 중간에 루이스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강도질과 모험, 도주의 대장정으로 변한다. 아칸소를 떠나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를 거쳐 애리조나까지 이어지는 여정에 델마와 루이스는 자유와 해방, 실존을 터득한다.
이 여정은 마침내 비극으로 끝나는데 두 여인이 차를 탄 채 그랜드 캐년 아래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정지화면으로 잡은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으로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이 영화의 각본은 여류 캘리 쿠리가 썼는데 개봉 당시 여주인공들이 남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뒤 죄값(?)이라도 치르듯 자살한다해서 논란이 일었다. 영화 속의 남자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어리석고 연약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특히 델마가 고속도로 순찰경관을 총으로 위협, 차 트렁크에 몰아 넣으면서 『네 마누라에게 잘해 줘, 내 꼴 되지 않게 하려면』이라고 내뱉는 말은 우스우면서도 세상의 쇼비니스틱한 남자들을 찔끔하게 할 매서운 경고이다. 요즘 연기가 치솟고 있는 브래드 피트는 뜨내기 사기꾼 카우보이로 나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줘 출세길에 올랐다.
탁월한 영상미(에이드리언 비들)와 탄식하는 듯한 음악(한스 짐머), 빠른 속도 등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여기에 인간의 자유와 자아발견, 내적 성격까지 다루고 있어 성격드라마로서도 나무랄데 없다.
영국태생인 스콧은 60년대 중반 BBC TV에 입사, 세트디자이너를 거쳐 감독이 됐다. 이어 제작사를 창립, TV광고필름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시각적 화려함과 기술적 탁월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같은 배경은 영화인 스콧에게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에 너무 신경을 써 얘기가 명확치 못하고, 신빙성있고 확실한 인물묘사에도 서툴다.
데뷔작인 「결투자들」(77년)과 공상과학 공포영화 「에일리언」, 컬트무비가 된 「블레이드 러너」 및 「전설」과 「1492」 등이 모두 그렇다. 이것들은 한결같이 이미지와 디자인, 기술 등은 뛰어난 반면 이야기가 서툴고 깊이가 모자란다.
비평가들은 스콧이 스타일과 의미에 균형을 갖출 때 비로소 무게있는 감독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탑 건」을 감독한 토니 스콧의 형이기도 하다.<미주본사 편집위원>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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