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미국기업을 취재하러 필라델피아시에 갔다가 안내를 맡았던 직원과 잠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친구중 한사람이 한국 항공사의 지점에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사무실에서 그 친구는 한국말을 못 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동시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웃고 넘어갔지만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그친구밖에 없어서 그런지 대접을 잘해 준다더라』는 그 다음 말은 유쾌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현지 한국기업의 임원들에게서 가끔 듣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겹쳐졌기 때문이다.『말도 잘 안통하고 해서 미국인 직원에게는 한국직원처럼 마음대로 야단도 못치고, 그네들 사고방식에 먹혀들 것 같지도 않아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 미국기업에 비해 월급도 떨어지는 처지에 「돈은 덜받아도 이해하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할 수도 없어 아쉬운대로 「모시고」 일하는 형편이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외국인직원들이 대부분 통역이나 비서 등 보조업무에 종사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도 외국인을 제대로 뽑아 부리는 능력이 부족하고 월급도 낮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문회사에서 일하는 한국계 임원 한사람을 만났다. M&A(기업인수합병) 전문가인 그는 『한국기업들은 현지외국인(특히 서양인)직원을 채용해 다루는데 극히 서툴다』며 『외국회사를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대해서는 두려움마저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직접투자여부를 결정할 때 한국기업의 자신감결여가 결정적인 장애로 작용, 번번히 거래가 무산되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모그룹 총수가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나마 2류인 것도 국내에서일 뿐이 아닌지, 세계무대에선 아직도 촌티를 벗지 못한 3류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봤으면 한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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