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3·4호기 주계약자 등 명기 필수적”/한미협의채널 격상 막판협상 관철압력북·미간 준고위급회담이 끝내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콸라룸푸르에서 한국정부의 막판 원칙관철노력도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총체적 판단을 기초로 이번 회담에서 도달해야 할 뚜렷한 목표선을 설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주고받기식 절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종합적인 평점을 매겨 일정수준을 넘어설 때까지 원칙을 고수한다는 전략이다. 가상적인 합격점이 90점이라고 했을때 설사 89점이 된다 해도 회담의 완전타결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총체적 판단의 기준은 한국형경수로관철 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어느정도 명확히 확보되는냐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한국정부는 경수로협상을 단순히 기술적인 절충의 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 회담 막바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대북협상전략을 구체화시키는데 있어 정부는 우선 한미 협의채널을 격상시키고 있다. 이곳 현지에서 북·미간 준고위급회담에 임하고 있는 미측 대표단의 협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회담이 결정적인 국면으로 치달을수록 미국측 고위정책당국자를 직접 움직이는 것이 한국의 원칙관철에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갈루치 핵담당대사가 서울을 다녀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의 대표단은 물론 우리 정부의 협의대표단도 본부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훈령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미 이쪽의 재량보다는 본부의 직접적이고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워싱턴이나 평양의 훈령보다는 오히려 한국정부의 훈령이 어떠한 내용이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미국대표단도 지난 7일 이후 한국정부의 최종적인 판단에 기초해 북측에 협상카드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마지막까지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형경수로관철과 관련,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노형선정권을 갖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경수로가 바로 「울진 3,4호기」임을 알 수 있도록 경수로 노형보다도 상위개념인 「참조발전소」를 어떤 방식으로든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 중심적 역할과 관련해서도 주계약자 확보는 물론 이 주계약자가 설계·제작·시공등에서 실질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명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관철될 경우에만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부대시설부분에서도 합리적인 해결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같은 한국정부의 막판전략이 미국의 완벽한 협조아래 진행되고 있느냐는 회담결과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10일 회담이 끝난뒤 북측과의 합의로 「잠정적인 양해」에 도달했음을 발표했지만 한국정부와의 사전협의나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회담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콸라룸푸르=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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