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과도기틈타 자수성가한 사업가/정경유착 비난불구 “시장경제체제 주역”「잘 꾸며진 정원, 수영장, 각종 외제가구가 들어찬 실내, 높은 담장에 자동으로 작동되는 철문과 감시카메라, 무장경비원…」
부자들이 몰려사는 미LA의 베벌리힐스처럼 최근 모스크바 교외에는 신흥부자들의 저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러시아에는 거대한 기업군을 거느린 자본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록펠러나 카네기를 꿈꾸고 있는 러시아의 신흥자본가들은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면서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표적 자본가들은 소위 「빅8」이라고 부르는 민간기업과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소련의 붕괴와 러시아의 출범 등 과도기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서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 재벌로 성장했다.
15억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올비그룹의 올레그 보이코(30) 회장은 5년전 중고컴퓨터를 팔던 학생이었으나 현재는 은행을 비롯, 유통전문매장과 카지노등 모두 60여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다. 그는 주로 현금장사를 하면서 돈이 생기면 상점을 차례로 인수하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러시아 최대은행중 하나인 「스톨리치니방크」의 소유주인 알렉산데르 스몰렌스키(40)는 8년전 조그만 국영건설회사의 관리인이었으나 개인아파트건설과 건축자재를 공급하는사업을 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블라디미르 비고그라드프(39)도 국영은행의 회계사였으나 개인은행을 설립해 부를 축적, 지금은 인콤방크의 회장이자 주요기업의 대주주로 변신했다. 카페를 경영했던 미하일 호도르코브스키(31)는 메나템방크를 비롯, 식료품회사, 화학회사, 티타늄공장과 부동산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 유일의 민영TV인 NTV와 일간신문 시보드냐를 소유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구신스키(42)는 부동산과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모스트그룹의 회장이다.
이들이 비록 신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상술로 부를 축적하기는 했으나 정치권과의 유착으로 축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비그룹의 보이코 회장은 지난 93년 의회선거에서 친옐친세력인 러시아선택당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했으나 최근 이 당과 불편한 관계를 갖게되자 탈당을 하고 다른 친옐친정당결성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재벌들은 대부분 현 권력층에 연줄을 대고 있으며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들 신흥재벌들은 많은 의회의원들과 공식·비공식으로 친분관계를 맺고 있으며 각 정당에도 일정규모의 헌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흥부자들은 불안한 러시아정세에 대비, 자신들의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 스위스 등의 은행에 상당한 자금을 빼돌리고 부동산도 대량매입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신흥재벌들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시샘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설경호대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들은 방탄차량은 물론 개인전용제트기로 세계 각국으로 호화판 여행을 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축재한 과정에서 저질러온 탈법과 불법적인 방법을 일반국민들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시장경제체제로의 과도기에 이들과 같은 일정규모의 자본을 가진 신흥재벌들이 출현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착에 중요한 요소라며 이들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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