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 문화·우리 식생활에 맞게 토착화가전업계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거세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선보인 「회전 물걸레 청소기」. 우리나라 온돌방문화에 맞게 개발한 전형적인 한국형 제품중 하나다. 기존의 진공청소기에다 면걸레를 달아 방바닥을 쓸고 닦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앞서 LG전자도 고무재질로 만들어진 기존 물걸레청소기의 단점을 보완한 「쓸고 닦고」를 내놓았다. 이처럼 가전업체 사이에 「물걸레싸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됨에 따라 카펫문화형의 기존 진공청소기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뚝배기맛을 내주는 전자레인지, 식혜를 만들어주는 가스오븐레인지, 국그릇의 오목한 부분까지 골고루 씻어내는 식기세척기, 가마솥 밥맛을 내주는 전자밥통, 김치를 익혀주는 냉장고…」 국내 가전회사들이 최근 내놓는 제품들은 대부분「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우리나라 생활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내놓겠다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열띤 경쟁에 힘입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토착화」에 가장 성공한 제품으로는 가스오븐레인지와 식기세척기를 꼽을수 있다. 지금의 가스오븐레인지는 원래 일본에서 개발돼 국내 수입된 제품으로 생선을 즐기는 일본인 식생활에 맞춰 그릴이 생선전용으로 좁게 만들어져 있다.
동양매직이 지난 3월 우리나라 사람의 식성에 맞게 개발한 가스오븐레인지 「신세대」를 내놓았다. 신세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보다는 육류를 많이 먹는 점을 감안, 각종 고기구이를 할 수 있도록 그릴을 기존 그릴보다 2배 넓혔다.
또 내부온도를 40도로 유지시켜주는 발효코스를 따로 마련해 식혜도 만들 수 있게 한 순수 한국형제품이라는 것이 동양측 설명이다.
식기세척기는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온 제품. 서양의 접시문화에 맞게 개발된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 사용하다시피 했다. 폭이 깊고 오목한 그릇을 사용하는 우리 부엌실정과는 맞지 않아 소비자들은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등이 지난해말부터 내놓기 시작한 식기세척기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그릇 구조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여러 방향에서 물이 나오고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게 만들어 어떤 그릇이든지 구석구석까지 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밥그릇에 붙은 밥풀등 음식찌꺼기를 불려서 씻을 수 있도록 「불림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기를 맛있게 익혀주는 삼성전자의 「돌구이전자레인지」, 찌개요리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LG전자의 「뚝배기 전자레인지」, 각종 찜요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대우전자의 「원터치」등 각종 신토불이형 전자레인지들이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위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삶아 빠는 효과 공기방울세탁기/미월풀 따돌리고 세계시장 석권/“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입증
한국형 제품이 내수시장을 탄탄하게 지키면서 외국 가전제품이 갈수록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제품은 세계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 조상 대대로 물려내려온 삶는 세탁방식의 장점을 적용한 제품이다. 삶을때 보글보글 생기는 수많은 공기방울이 빨랫감 올사이에 낀 때를 빼주는 원리에 착안해 개발했다.
선조의 지혜가 담긴 이 세탁기가 드럼방식(세탁조가 통채로 돌아가면서 세탁하는 방식)이 주도하던 세계 세탁기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공기방울세탁기의 삶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공기방울세탁기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대우는 지난해 모두 60만대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1백만대 수출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공기방울 아이디어 하나로 대우는 종전까지 세계 최대 세탁기업체인 미국 월풀사(연40만대수준)를 따돌리고 단번에 세계 1위 세탁기업체로 부상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입증한 제품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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