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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불이/이재승(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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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불이/이재승(일요시론)

입력
1995.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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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짜증나는 초여름이다. 한국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때쯤이면 노동쟁의가 불거져 나온다. 양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정치성 강한 강성노조와 공권력의 대결이다. 올해는 예년보다는 사뭇 복잡하나 기본구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노조측의 주전투사로서 현대중공업 대신 한국통신이 나선 것이 다르다. 한국통신은 노조원이 약5만명이고 국가신경의 중추인 통신을 총괄하는 기간공기업이니 만큼 초중량급의 노조다. 한국통신노조의 노동쟁의는 그 자체의 향방여하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는 「준법투쟁」을 내세워 본격적인 파업행위에까지는 돌입하지 않았다.정부가 사장을 경질한 것을 계기로 타협을 시도할지 아니면 정부에서 우려하는대로 6·27지방자치단체선거를 앞두고 다른 재야노조들과 연대노동쟁의를 벌일지 지켜봐야겠다. 한통노동쟁의는 이미 경찰이 명동성당과 조계사 경내에 분산농성중이던 노조간부들을 연행함으로써 정부와 관련 종교계의 마찰을 야기했다.

정부는 관할 경찰서장을 여섯차례나 보내 영장을 제시, 공권력집행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는 「예의」를 갖추었으나 종교계는 『교회에 부여된 고유의 소명을 부인하는 문민정부의 일방적 통치논리』에 분노했다. 그러나 정부 특히 정통성에서 역대군사정권과의 차별을 부각시키고 있는 문민정부로서는 공권력의 차단을 감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사제평의회는 『연이은 공권력투입에 대해 국민과 교회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평의회는 공권력투입에 항의, 11일 서울지역 1백77개 성당을 포함,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공권력난입경위와 평의회의 입장을 설명하고 13일부터 김수환 추기경의 시국미사에 이어 3주일동안 매일 예수님이 사망한 시각인 하오3시에 조종을 치겠다고 했다.

대정부선전포고처럼 들리는 초강경의 반발이다. 한통노조의 노동쟁의가 엉뚱하게도 정·교의 대립을 가져온 것이 불안스럽다. 정·교가 상호 미연에 피했어야 했고 지금도 그래야 하는 국면이다. 한통노조 및 그 노조와의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민주노총준비위등 법외운동권으로서는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전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준비위가 유도를 책략하고 있는 6·27지방자치단체선거이전의 노동쟁의집단발발 저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부로서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천주교도 그들이 우리사회에 갖고 있는 지도력과 도덕적 영향력이 막중하므로 「공권력침범」 항의운동이 법외노조후원운동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신중함이 따라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쟁의발생신고노조 2백80여개 노조 가운데 1백25개 노조(부산지역 1백1개택시노조포함)가 민주노총준비위의 요구에 따라 10일을 전후하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준비위는 오는 11월 제2노총의 결성이 최대현안목표, 지방자치선거기를 이용, 관련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과 연계해 사회개혁운동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것이 그들의 올 운동전략이다. 그들이 올해 내세운 사회개혁은 ▲의료보험통합일원화 및 보험적용확대 ▲국민연금의 민주적 관리운영 ▲세제 및 재정개혁 ▲재벌경제력집중규제 ▲교육개혁들이다.

민주노총준비위는 법외노조단체이지만 어떻든 전국단위조직이므로 사회개혁을 정책쟁점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단위사업장노조에 협상대상으로 요구토록 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다. 개별사용자(기업)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모를리 없는 민노준이 임금·단체협약보다 오히려 사회개혁에 우선을 두고 있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금·단체협약의 타결보다는 쟁의를 위한 쟁의를 겨냥하고 있는 것같다. 다행히 정치적인 노조운동은 밑으로부터 도전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대우조선·현대중공업노조들의 탈정치화 움직임이 그것이다. 사용자인 회사측의 노사불이(노사가 하나다)정책과 경직된 정치성 투쟁쟁의에 대한 염증과 불이익의 인식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 하겠다. 산업평화에는 왕도가 없다. 노사불이가 요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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