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외교통 탁월한 협상력 인정/차기 유엔사무총장 출마도 유력칼 빌트 전스웨덴총리(45)가 구유고 사태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측 새 「중재자」로 나서게 됐다. 빌트는 9일 EU 15개국 지도자들에 의해 만장일치로 중재자로 지명돼 이달말부터 영국의 데이비드 오웬경(56)을 대신해 중재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U가 빌트를 선택한 것은 유럽의 고민이면서도 미국과 유엔에 주도권을 잃어 온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유럽주도권을 되찾기위해서이다. 93년부터 중재역을 맡아온 영국의 오웬경은 신병등으로 인해 날로 긴장의 도를 더해가는 보스니아사태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EU는 오웬의 후임자로 보다 젊고 훨씬 건강한 빌트를 선택했다.
난마처럼 얽힌 보스니아사태를 해결함에 있어 유럽의 이익을 보다 「정력적으로」 대변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또한 그가 전임자인 오웬경과는 달리 강대국 정치가가 아닌 중립국 정치가라는 점에서도 주도권 회복을 위한 유럽의 계산을 읽을 수 있다.
EU는 빌트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등 5개국으로 구성된 보스니아접촉그룹의 대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인인 오웬이 EU중재자역을 계속 맡고 있다면 미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접촉그룹의 대표가 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도 이날 『오는 14일 캐나다에서 열릴 서방선진7개국(G7)회담에서 미국측과 빌트의 접촉그룹 대표권 수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EU의 희망을 분명히 했다.
빌트의 경력은 이러한 EU의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큼 화려하다. 그는 불과 29세때인 79년, 중도우파 연정내각에서 국방·외교정책담당 보좌관을 지낸 군사·외교통으로 무엇보다도 탁월한 협상능력을 과시해왔다.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니헤테르는 10일 빌트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 국제 정치 무대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이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보스니아 사태는 내전 당사자간의 완전한 합의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4년간의 결론이다. EU가 빌트를 내세운 데는 이같은 상황 인식과 빌트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배경에 깔려 있다.
빌트는 고조부가 총리를 지낸 바 있는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나 대학시절 보수당에 입당한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다. 79년 의회에 진출, 36세에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데 이어 91년 중도―우파연정으로 스웨덴 총리가 됐다. 그는 3년간의 총리 재직기간에 친미·친서방 정책을 추구했으며 지난해 스웨덴의 EU가입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93년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 지난해 총선패배 이후 야당 지도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빌트가 그간 보여온 정치력이 보스니아라는 미로에서도 빛을 발할지는 의문이다. 빌트에게 EU 중재역은 국제적인 정치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전임자인 오웬처럼 그동안 쌓아논 명성을 잃는 수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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