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은 일본사람들만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일본인의 사할린지진 구호활동을 놓고 최근 옐친대통령이 『러시아는 지진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일본인들이 나중에 섬(홋카이도 북방4개섬)을 내놓으라고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해서 일본 매스컴이 크게 분개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어느 나라건 손빨리 닿는 쪽이 먼저 가서 재난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일본인의 구호활동은 그런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인데, 당사국의 국가원수가 어찌 그런 섭섭한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일본인의 항변이다. 그러나 와타나베(도변) 망언이나 국회의 「전후결의」같은 일본인의 협량을 보고 있자면 옐친 대통령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도 됐다는 생각에 무릎을 치게 된다. ◆사할린은 노일전쟁후 일본이 차지했다가 2차대전에 패하면서 소련에 도로 빼앗긴 섬이다. 일본인이 이 사할린지진구호에 유난히 열심이었던 것은 우선 얼마전 고베(신호)지진을 당한 그들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원조의 고마움을 갚아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그런 과잉구호활동의 밑바닥에는 옛 식민지에 대한 향수가 한자락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옐친 대통령이 언급한 북방4개섬은 2차대전때 소련에 점령당한 홋카이도 북쪽의 작은 섬들이다. 지금도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그 귀속문제가 주요 외교현안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옐친 대통령이 이런 정치문제를 어쨌든 인도적인 일에 결부시킨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러나 일본인은 옐친의 실수를 탓하기에 앞서 그들 자신이 어째서 이처럼 순수한 동기마저 의심받게 되는가를 한번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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