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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빗물로 연명 “영웅탄생”/보스니아 미조종사 6일만에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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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빗물로 연명 “영웅탄생”/보스니아 미조종사 6일만에 생환

입력
199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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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이동·비상전지 아껴 무전… 치밀 행동/미 해병대 세계총격 피해 구출작전 극적 성공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의해 격추된지 6일만인 지난 8일 미해병대 특수요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미공군 F16 전투기조종사 스콧 오그래디(29)대위는 일약 미국의 보스니아 영웅으로 떠올랐다.

9일 이탈리아의 아비아노 공군기지에 도착한 오그래디는 성조기를 흔드는 1천여명의 공군장병과 공군가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하나님과 자신을 구출한 미해병대에 눈물로 감사를 표시했다. 그의 생활과정은 액션영화처럼 매우 극적이었다.

지난 2일 보스니아 북서부 비하치 남동쪽 35지점 상공에서 피격된 오그래디대위가 숲속에 숨어서 보낸 무선 구조신호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미공군기가 포착한 것은 8일 새벽 2시께.

아드리아해에 정박중이던 미상륙함 키어사지호의 해병대 요원들은 즉각 비상 무선접촉을 통해 정확한 위치 확인에 들어가는 한편 치밀한 구출작전 수립에 돌입했다. 3시간여만인 상오5시45분께 특수요원들을 태운 두 대의 CH53 헬리콥터가 함상을 떠났다. 뒤이어 40여대의 나토 비행기들이 굉음을 내면서 이륙,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엄호비행에 나섰다.

헬기가 현장에 도착하자 오그래디대위가 한 손엔 권총을 들고 소나무 숲속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해병대원 한명이 낚아채듯 그를 헬기에 태웠다. 곧 헬기를 향해 세르비아계의 총격이 시작됐다. 헬기는 총격을 피해 곡예비행을 펼쳤고 간신히 사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소요시간 1시간. 작전 성공을 알리는 신호가 키어사지호로 타전됐다.

오그래디대위는 구조되기까지 벌레와 풀, 빗물로 연명하며 낮에는 꼼짝않고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구조될만한 장소로 조금씩 움직였다.

오그래디를 진찰한 의사들은 그가 구출되기 2∼3일전부터 비상식량이 떨어져 주위에 기어다니는 벌레는 물론 풀까지 뜯어먹으면서도 생존을 위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 덕분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일한 희망인 비상 무전기의 건전지를 아껴쓰기 위해 접촉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기지를 발휘 했었다.

그가 이처럼 치밀한 행동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평소 미공군이 조종사에게 철두철미하게 체득시켰던 생존훈련 덕분이었다. 미공군은 『비행기는 쉽게 만들 수 있어도 능숙한 조종사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조종사들의 생존훈련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여하튼 적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오그래디에 대해 미국 언론은 『람보가 살아 돌아왔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나폴리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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