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그룹이 독점한 정당 더이상 지지 못받아/국민의식 향상… 새로운 정치문화 가꾸어야미국의 한국전문가인 그레고리 헨더슨씨는 한국정치를 「소용돌이의 정치(POLITICS OF VORTECS)」로 묘사한 적이 있다. 이 비유는 한국정치가 중심부로 빨려드는 소용돌이처럼 중앙집중, 권력집중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표현은 한국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인용돼왔고 『정치현실을 정확히 압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방이후 한국정치는 중앙의 정치, 권력편중의 정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정권으로 이어지는 40여년의 한국정치 권력구조는 권위주의체제로 일관돼온 것이 사실이다. 독재체제에서 흔히 볼 수있는 공작정치, 정보정치가 성행했고 이를 타파하려는 저항의 움직임도 간간이 반작용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대화와 협상의 정치는 실종됐고 정치문화는 흑백논리에 매몰됐다.
암울한 정치상황은 노태우정부를 거쳐 김영삼정부로 넘어오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기시작했다. 「민주화」 「문민정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정치는 과거 권위주위체제와 다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는 아직도 권력집중, 중앙중심의 경향이 엄존해있다. 총재중심의 정당구조, 양김의 카리스마적 리더십, 여당위주의 정치자금편중현상등은 엄연한 현실이면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조만간 도래할 「개인소득 1만불시대」에서는 약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소득시대는 서구선진국가에서 이미 입증됐듯이 다원화된 사회, 민주적 리더십, 양성적인 정치문화의 특성을 갖게된다. 이러한 흐름은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자의적으로 변모시킬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정치학자들은 『시대의 필연적인 흐름을 외면하고 과거의 구태를 고집하는 정치집단이나 정치지도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예언하고있다.
6·27지방선거도 그런점에서 기존의 정치행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무대를 일부나마 중앙에서 지방으로 다변화함으로써 중앙정치에만 고정돼왔던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의식이 향상되는 시점에서 정치문화나 제도가 어떻게 변화돼야하느냐가 풀어나가야할 시급한 과제이다. 우선 정치권의 관심은 현행 5년단임의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해야되느냐에 쏠리고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중에 개헌하지 않겠다』고 수차공언, 개헌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현행제도가 과도성을 갖고있는데다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정치의 주체인 정당구조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 공천권이 소수의 권력그룹에 독점되는 정당은 이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다소간의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민주적 당운영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문화, 정치행태도 「1만불시대」에서는 변혁의 대상이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전부 아니면 전무」의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좌우하는 정치게임만을 벌일 경우 정치불신만 가중될 것은 분명하다. 이제 한국정치는 1만불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화되느냐, 아니면 구시대정치에서 계속 머무를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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