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이유 아닌 시장에 눈독/조총련같은 조직 생길수도지난해말 뉴욕 교포사회에서는 친북 성향의 방송국이 곧 생긴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었다. 북한이 대리인을 내세워 방송국을 매입,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현지 선전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풍문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지만 당시의 북미관계진전 가능성등을 배경으로 잠시 흥미를 자아내기는 충분한 소문이었다.
그런가하면 연초부터는 교포기업인들 사이에 북한시장 뚫기가 마치 유행병인 것처럼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민경제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모국상품들이 중국제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이에 대한 탈출구로 북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비자를 못얻어 평양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지난 3월 뉴욕 경제인 방북단이 조직돼 중국 베이징(북경)까지 가기도 했다. 또 얼마전에는 북한 거래선 확보에 열중한 나머지 북한의 유일한 주미공관인 주유엔 북한대표부 직원들에게 룸살롱에서 향응을 제공하는 교포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북미관계 진전여부와 대북 시장진출 가능성, 이 두가지는 최근 미주 교포사회의 「친북」동향을 가늠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이북출신 교포들의 이산가족문제가 여전히 깔려있음은 물론. 다만 군사정부시절의 반정부움직임이 친북활동과 뒤섞여 있던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주교포사회에서는 앞으로 북미간의 경수로 협상이 타결되고 북한의 연락사무소 개설이 양국간 수교로 이어질 경우 미주지역의 친북활동은 매우 활발한 양상을 띨 것으로 일단 전망하고 있다. 몇몇 친북단체들이 최근들어 움직임을 강화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어느 시점에 가서 기존의 친북단체들이 통합돼 단일조직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북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 일본 조총련과 유사한 조직을 상정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념적인 동조가 확산될 것으로 여기는 시각들은 많지 않다. 일반교민들에게는 경제, 사업의 측면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기는데 대한 관심이 주조를 이룰 것이라는게 현단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최근 1∼2년에 친북인사들이 행보를 늘리려 하는 움직임은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다는게 교민들의 얘기인 것은 사실이다.
미주지역의 친북단체로는 범민련 북미주본부와 조국통일 북미주협회(통협)가 양은식 김운하씨등의 주도로 이산가족면담을 위한 방북주선등의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김씨가 주도하는 북미조선친선협회가 워싱턴에 새로 생기고 이에 앞서 2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 고려상공인연합회가 기존단체들에 추가로 결성됐다. 이 단체들의 결성은 다분히 향후 북미관계 전개를 의식한 교두보확보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주동포전국협회 자주사상연구소등 여러 이름들이 LA나 뉴욕에서 친북단체로 거론되고 있지만 활동의 성과나 인식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주지역의 친북단체들이 별 활동상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미주지역의 평축참가 교포들이 당초 목표 3천명의 10분의 1인 3백여명에 불과했던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친북세력내에 주도권다툼을 둘러싼 내분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미주지역의 친북활동이 교포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정도가 못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통합조직의 출현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새로운 추세이기도 하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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