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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남미 최고의 문호 보르헤스 재조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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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남미 최고의 문호 보르헤스 재조명 활발

입력
199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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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사상」 여름호서 작품세계 특집게재/현실초월·추리기법 국내문학영향 등 분석중남미문학이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20세기 중남미 최고의 작가인 보르헤스에 대한 소개가 활발하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1899∼1986)는 중남미에서는 노벨상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는데 1935년 단편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 「수많은 두 갈랫길의 정원」 「모래책」등을 냈다.

계간 「현대시사상」(여름호)은 중남미문학을 연구하는 소장 학자들의 글을 중심으로 「재미있게 읽는 보르헤스」「왜 보르헤스를 읽는가」「보르헤스와 동양사상」「보르헤스와 한국문학」등으로 특집을 마련, 보르헤스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난해한 작가로 알려진 보르헤스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그의 작품은 현실세계를 넘는 가상현실체험등 기발한 아이디어의 보석상자가 된다.

퀴즈 하나를 상정하고 보르헤스라면 어떻게 풀까 생각해보자. 「1에서 100까지 9라는 숫자가 얼마나 나올까」 아마 성급한 사람은 10번이나 11번(9,19…99), 좀 사려깊은 사람은 19번이나 20번(90, 91…99)이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고력이 뛰어난 보르헤스는 한 차원 높여 소수점이하자리가 나오는 유리수까지 고려해 「무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따라서 보르헤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의 작품에 잠재된 무한의 상상세계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왜 보르헤스를 읽는가.

70년대와 80년대를 지배했던 획일성과 단일성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더니즘이 외치는 다원성의 시대에 살면서 세계화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보르헤스의 문학세계는 중요한 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의 작품 중에서도 「픽션들」과 「알레프」는 유럽과 미국의 문학및 문학비평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픽션들」속에 삽입된 「바벨의 도서관」「바빌로니아의 복권」은 소설의 죽음을 외치는 금세기말의 문학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 대표적 작품들로 손꼽힌다.

보르헤스의 작품세계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국내작가로는 이인화, 이승우, 구광본을 들 수 있다.

93년에 화제를 뿌렸던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은 작가 자신이 밝혔다시피 보르헤스의 직접적 영향하에 있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추리기법및 그 소재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승우는 이미 초기작 「에리직톤의 초상」에서 미로의 문제를 드러내느데 있어 보르헤스와 경향을 같이 하고 있다. 94년에 나온 그의 「미궁에 대한 추측」은 제목부터 보르헤스적이다.

총 8편으로 구성된 이 단편집의 「선고」와 「미궁에 대한 추측」에서는 미로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는 보르헤스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연하게도 90년대이후 발표된 이 작품들은 80년대말 모든 전통서술기법을 배격하고 해체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형상화하는 작가들에 의해 쓰여졌으며 앞으로도 많은 보르헤스적 소설의 등장이 예견된다.

그런 점에서 보르헤스의 문학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의해 고갈된 우리 문학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에 번역돼 나와 있는 보르헤스의 작품은 「불한당들의 세계사」(민음사간) 「상상동물이야기」(까치간)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민음사간) 「픽션들」(보르헤스전집 2·민음사간) 「바벨의 도서관」(글간)등이며 민음사가 보르헤스전집(전5권) 발간을 준비중이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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