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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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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미국우편공사가 원자탄의 버섯구름을 도안한 2차대전 승전5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하려 한 일이 있다. 일본정부는 국민의 감정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미국은 일본정부의 뜻대로 우표발행을 중지했다. ◆지난 4월 클린턴대통령이 「히로시마(광도) 나가사키(장기)시에 원자탄을 투하한 트루먼대통령의 결단은 올바른 것이었다.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때도 무라야마(촌산부시)일본총리는 「원자탄으로 비전투원이 대량 살육된 상황을 상기해 일본국민 감정을 배려해주기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반발과 불만속엔 일본도 2차대전의 피해자란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이 원자탄 투하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히로시마의 원폭돔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받으려 몸부림치고 있는 사실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유산 지정은 점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종전50주년 기념으로 「히로시마 나가사키평화상」(가칭)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도 이름과는 달리 히로시마등의 불행을 널리 알리려는 속셈이 깃들여 있다. 이처럼 일본은 지난 반세기동안 원자탄 세례를 받은 원인이 침략전쟁 때문임을 감춘채 히로시마등에 대한 국민감정을 무기로 일본도 피해자란 사실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다해 왔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2천만명이 희생된 아시아 각국민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자기합리화에 치중한 그같은 「전후결의문」을 마련하지는 않았겠지만,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챔피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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