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기대할 것이 없었다. 역시 일본은 일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자민당과 사회당, 신당사키가케등 일본의 연립여당이 합의한 전후50년 국회결의안을 두고 일본언론들은 7일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무라야마 총리의 「연립해체」배수진이 정권유지를 염두에 둔 자민당의 양보를 끌어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의 내용이었다. 연일 계속된 우익단체들의 가두방송과 결의반대 집회등 난관을 돌파하고 이만한 결의를 끄집어 낸 것만도 대견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야단법석을 생각할 때 결과는 볼품이 없다못해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일본에 겸허한 역사반성을 기대하는 것이 연목구어임을 거듭 확인했을 뿐이라는게 솔직한 느낌이다.
결의안은「식민지 지배와 침략적 행위」를 당시의 세계사적 특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일본의「이같은 행위」와 타국민에 끼친 고통을 반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정도의 역사인식은 역대 일본총리들이 밝혀온 「침략행위 반성」보다도 오히려 한걸음 뒤로 물러난 것이다.
일본의 행위를 객관화해버린 결의안의 내용은 제3자가 역사를 기술하는 시각이 될 수는 있지만 행위주체의 반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생각이 굳이 일제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의 기자가 가진 편협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하늘과 땅차이로 얘기돼 온 일연립여당내의 역사인식의 차이. 그것은 「침략행위」와「침략적 행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영역하면 모두「ACT OF AGGRESSION」이라는 외무부의 회답을 받고 바로 합의를 이뤄낼 정도로 사실상 한통속이나 다름없음이 드러났다. 자민당이 최종문안을 들고 진자(신사)연합회와 유족회의「최종재가」를 받았다는 얘기는 차라리 희극적이다.
일본의 역사인식은 여전히 50년전에 머물러 있다. 아니 세월이 흐를수록 역사는 빛바래고 있다. 쓰린 우리의 가슴은 이제 우리만의 문제로 다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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