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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보공개 확대 “죽의 장막 걷는다”(변화의 현장: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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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보공개 확대 “죽의 장막 걷는다”(변화의 현장:8)

입력
199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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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교부 정례브리핑 주2회로 늘려/특유의 외교수사 서방언론 오보 낳기도베이징으로부터 귀국한지 얼마 안되어 그동안 매주 목요일 주 한차례씩 열렸던 중국외교부의 정례브리핑이 화요일과 목요일, 주 두차례로 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베이징에 체재하고 있던 동안 춘지에(춘절:설날)와 하계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주 목요일 하오 2시30분(귀국 몇개월전부터는 시작시간이 15분 늦추어졌다)에 어김없이 열렸던 외교부 정례브리핑은 베이징주재 외국기자들에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중국정부의 정례발표창구로는 유일한 것이어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지만 건질 내용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혹시나 하고 참석하지만 매번 역시나 하고 돌아와야하는 「뉴스가 없는 뉴스 브리핑시간」이 바로 중국외교부의 정례브리핑시간이었다.

중국에 체재하고 있는 동안 한반도의 최대현안이었던 북한 핵문제가 주요이슈가 될때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중국 외교부 브리핑의 속성을 어김없이 실감해야 했다. 핵문제로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 때 참석한 한 외교부 브리핑시간에 문득 세어보니 총 15개의 질문중 반이 넘는 8개가 북한 핵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답변은 같은 내용을 질문에 따라 표현을 약간씩 변용한 것으로 처음 답변이나 마지막 답변이나 「차부뚜어」(차불다:차이가 없다)였다. 최고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의 위중설이 홍콩과 서방언론을 통해 쉴새없이 보도됐던 올해초 중국 외교부대변인의 답변은 지난 2년간 수없이 들어온 이현령비현령 답변중에 단연 압권이었다. 브리핑장 뿐만 아니라 접견실까지 가득 메운 기자들에게 선궈팡(세국방) 대변인의 답변인즉슨 『덩샤오핑 선생은 90세 고령인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건강하다』라는 것이었다. 답변을 하되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시키는 절묘한 대답이 아닐수가 없다.

중국외교부의 이런 답변태도는 사회주의 국가의 보안체질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을 꼭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특유의 은유적인 의사전달 관행 영향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93년 마오쩌둥(모택동) 탄생 1백주기를 맞아 제작된 특집 TV시리즈물을 보던 가운데 언중유골의 대표적 메시지 전달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모의 외교를 다룬 이 TV프로는 70년대초 미·중외교접근의 막전막후를 다루면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10월 1일 중국 건국절에 왜갑자기 미국인 라오펑요우(노붕우:옛친구) 에드거 스노를 천안문에 세웠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에드거 스노를 모등 중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천안문단상에 내세운 것은 미국과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를 띄우기위한 고도로 계산된 외교적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키신저가 실토하듯 당시 미국의 외교담당자들은 아무도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결국 중국지도부는 탁구선수단을 초청하는 보다 노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미국에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제도를 도입한 이는 현재 부총리겸 외교부장인 첸치첸(전기침)이다. 그는 외교부 신문사장(공보국장)으로 있던 시절, 미국무부 브리핑제도를 본떠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는 중국의 외교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인식아래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보다 분명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외국기자들에는 고역을 안겨준 것이다.

중국외교부가 오랫동안 한주 한차례씩만 있어왔던 정례브리핑을 두차례 늘린 것은 개방중국에 대한 높아가는 외국언론의 정보욕구에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중국의 필요성에 의해 늘리게 됐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 설명일 것이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 총통의 방미허용이라는 외교적 실패를 맛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입장을 보다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중국의 외교수사학에 넌덜머리가 난 서방의 언론들은 본의아닌 오보로 「앙갚음」 할 때가 적지 않았다. 중국이 개방되면 개방될수록 보다 빈번한 정보의 유통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은 외교부 정례브리핑이 두차례로 늘어난데서도 확인된다.<유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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