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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현황과 문제점/9만명 유입… 5년새 5배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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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현황과 문제점/9만명 유입… 5년새 5배나 늘어

입력
199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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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 이탈 많아 “4명중 1명 불법취업”/정부 안일한 고용대책… 인권시비 촉발국내 외국인근로자문제는 현실변화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데서 비롯됐다. 지난 1월 새해벽두부터 네팔근로자등 13명의 「이방인」이 한국인 사용자의 비인간적인 대우등에 항의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인 사건은 국내 외국인근로자문제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국내 외국인근로자는 4월말 현재 9만1천7백40명이다. 90년말 1만7천여명과 비교해 5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민들이 길거리 여기저기서 외국인근로자와 마주치는 빈도는 점점 많아지고 외국인에 대한 「서먹서먹한」감정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대책은 70년대수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산업구조가 90년대들어 급격히 조정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인력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른바 3D업종이라는 제조업분야는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허덕이자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인력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경제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경직적인 외국인력정책은 불법취업을 부추겼고 그에 따른 열악한 근로조건은 급기야 일부 외국인근로자의 농성사건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한국은 대외적으로 「노예노동국」이라는 오명만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

외국인력정책은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외국인력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노총등 노동계일부에서는 국내노동시장교란과 사용자들의 악용소지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급격한 외국인력의 유입이 국민정서에 미칠 영향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내 관련부처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일관되고 종합적인 정책수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행 국내법상 외국인의 국내취업은 엄격히 규제된다. 출입국관리법 제10조와 시행령 12조에 의해 외국인의 국내취업은 교수 회화지도 연구 기술지도 전문직업 예술흥행 특정직업등 7개 전문·기술분야로 한정됐다. 단순기능 외국인력의 국내취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계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92년부터 3D업종이라는 염색 도금 주·단조등 10개업종에 외국인 연수생도입을 허용했다. 해외진출기업체의 현지고용인력기능향상이라는 명목하에 91년11월 법무부훈령으로 도입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허점투성이인 이 제도는 외국인연수생의 불법취업만 양산하다 93년4월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산업계의 도입재개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93년11월 이 제도는 부활됐고 이듬해인 5월말부터 중국 베트남 필리핀등 10개국 2만여명의 연수생이 국내에 들어왔다. 제도변화없이 숫자만 늘려놓은 셈이다. 산업기술연수생은 연수생신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미치는 연수수당(월평균 34만원선)이 지급되고 근로기준법등 국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94년9월에는 섬유 신발업종에 1만명, 95년에는 2만명이 추가도입돼 연수생규모는 모두 5만명으로 늘어났다.

노동부조사결과 4월말 현재 입국연수생 2만4천5백52명중 25%인 6천1백39명이 연수업체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4명중 1명이 불법취업으로 빠지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도 산재보상보험과 근로기준법등을 적용키로 하는등 전향적인 정책을 몇차례 발표했으나 행정지도지침형태의 미봉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명동성당농성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제도수립작업을 시작했다.

노동문제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지난 2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도입을 골자로 한 「외국인근로자고용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박스기사참조)을 마련하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갔다. 그동안 법무부가 출입국관리법으로 총괄해온 외국인력관리중 근로자에 관한 부분은 노동부가 특별법을 통해 별도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무부와 통상산업부의 강력한 반대로 관계부처회의도 3차례밖에 열지 못하는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부분의 인력전문가들은 국내고용구조상 단순노무직에 대한 외국인근로자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마련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간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등 선진국진입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소지가 있는 현행 외국인력정책은 국내 산업및 고용구조변화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된 체계를 하루빨리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내용/노동부장관이 고용업종 한도 지정/근기법등 적용 인권침해 소지없애

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핵심은 외국인고용허가제다.

현행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연수생을 실질적인 근로자로 사용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드러난만큼 인력수입을 정식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기업이 외국인력을 근로자로 수입할 때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등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 국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의도다. 법률안은 노·사·정 관계전문가로 「외국인근로자 고용위원회」를 구성, 외국인근로자 도입규모와 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 조정토록 하고 있다.

고용허가는 노동부장관이 고용업종과 사업체규모별 한도를 정해 최종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고용허가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료보험법등을 적용, 인권침해와 불법취업의 소지를 없앴다.

고용허가의 유효기간은 1년이며 1년 연장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고용허가의 유효기간이 지난 뒤 1주일내에 출국해야 한다.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귀국경비와 임금체불청산등의 보증금을 고용허가신청시에 예치해야 한다. 외국인근로자의 단체활동과 쟁의행위, 가족동반등은 금지된다. 또 입국전후에 건강진단을 받도록 해 악성질환자의 입국을 막도록 했다.

외국인근로자의 한국사회 적응등에 필요한 교육을 위해 사용자에게는 외국인고용분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직장 휴·폐업시에는 고용허가가 취소된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불법취업자등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 외국인근로자의 취업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고용허가제 도입방침은 그러나 통상산업부와 법무부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상태다.

통상산업부와 법무부는 『현행 산업인력 연수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고용허가제도입은 실익은 없고 부작용만 따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 허가절차가 복잡해져 인력공급이 적기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부처의 주장이며 이러한 뜻을 굽히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2년에도 관계부처간 이견으로 한차례 무산된 고용허가제의 앞날은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송용회 기자>

◎외국인 고용허가제 찬성한다/“국내유휴인력 3D 외면/「연수생제」 부작용 해소/노동력수급 근원적 처방”/김원배 <노동부 직업안정심의관>

최근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개방과 변화의 물결은 상품과 자본 뿐만 아니라 노동력이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가간 노동력이동은 고급전문기술직종에 국한하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저임금국가에서 고임금국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0년대이후 인구증가율감소로 인한 노동력 공급둔화, 힘든일 기피현상등으로 산업현장에는 단순기능인력의 심각한 부족현상이 나타나 경쟁력강화의 애로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력수급상의 불균형을 약 9만2천명의 외국인력이 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

현행 외국인연수제도는 중소제조업의 인력난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노무인력을 정식취업자가 아닌 「연수생」지위로 들여옴에 따라 근로시간, 최저임금등 최소한의 근로조건이 보장되지 않아 입국연수생의 약 25%가 사업장을 이탈하는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불법취업자가 전체 외국인력의 약 59%인 5만4천명에 달해 인력의 암시장(Black Market)을 형성함으로써 국내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입국전부터 사업장이탈을 계획하고 입국 2∼3개월내에 임금이 높은 사업장으로 옮김으로써 저임의 효과도 그리 크지 않으며 도입한 기업으로서는 보증금등 오히려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노동부실태조사에 의하면 구로·안산지역에서는 10여명을 배정받고도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는 기업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외국인력을 모셔가는 스카우트전이 벌어지곤 하며 이를 알선하는 브로커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외국인력활용을 건설업 농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쪽에서도 요구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이 2백90만명에 달하는 국내잠재인력을 활용하거나 생산시설자동화등 산업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저임외국인력에 대한 의존마인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95년3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연수생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현행 외국인연수생제도를 그대로 유지한채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해서만 개선한 것으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지침시행이후에도 이탈자가 4%포인트 증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외국인력도입은 우리 경제규모 확장과 인력공급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국제화추세에서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일시 미봉책으로만 대응해서는 기업에 크게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사회적 ·국가적으로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국과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싱가포르 타이완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골간으로 한 별도법을 제정해 근원적인 처방을 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인력도입을 기업의 수요에 의해서만 결정하는 현행제도를 바꿔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전반적인 인력수급차원에서 부족인력은 가급적 국내잠재인력을 활용토록 하고 우리 근로자가 기피하는 직종에만 필요하는 최소한의 인원을 도입할수 있도록 허용하되 업체별로 고용상한선을 정함으로써 국내노동시장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입된 외국인력에 대해서는 취업자로서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필요한 보호를 하게 되면 불법취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효율적 관리를 위해 고용계약내용에 단체행동에 관한 사항, 가족동반, 악성질병보유자의 국내취업을 차단하기 위한 건강검진등을 규정토록 하여 외국인으로서 일정한 제약을 가하도록 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예치된 고용보증금을 통해 반드시 출국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외국인력의 도입목적은 단순한 저임노동력 활용차원이 아니라 적정한 임금을 주고라도 국내에서 충당할 수 없는 단순인력확보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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