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이 7일 미국과의 수교가 단절된이후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방미길에 올랐다. 이 총통의 방미는 타이완에는 국제사회에의 화려한 재데뷔로 받아 들여지고 있으나 미·중관계를 국교수립 16년만에 최악의 외교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미행정부는 그의 방문을 개인적인 것으로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이고 중국은 그 어느때보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총통의 방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현지 분위기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미국입장/방미의미 애써 평가절하/개인자격 강조속 “대중관계 훼손은 없다” 편집자주>
클린턴 미행정부는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이 7일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게 된 사실 자체를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미정부로서도 『미·중 양국관계의 기조가 무너진 심각한 사태』라는 표현을 써가며 우려의 뜻을 표시하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무부가 이 총통의 방미는 어디까지나 모교인 코넬대의 초청에 따른 개인자격의 방문이란 논평외에 이렇다할 부연설명을 피하는 데서도 대중국 무마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미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미행정부는 유일한 합법정부인 중국과의 관계를 이 총통 방미로 인해 훼손시킬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 총통의 방미가 성사된 것은 순전히 미의회의 압력 때문이란 해명과 함께 미행정부가 대중국 최혜국대우(MFN)연장방침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란 지적이다.
머코스키 상원 에너지위원장, 벤저민 길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같은 친타이완 정치인들은 중국과의 유일한 외교관계를 인정하는 기초위에서 한편으로는 미―타이완간에 경제교류같은 실질관계가 유지돼온 이상 타이완의 실체를 아울러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각 주출신 의원들은 저마다 중국 또는 타이완과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비공식관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타이완의 실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만도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교인 코넬대의 초청을 받은 이총통은 6일간의 미국체류기간에 코넬대 방문이외에 미정치인들과도 만나 타이완의 유엔 및 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등 굵직한 정치 외교적 이슈들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시간으로 7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 1박하는 이 총통은 8일 코넬대가 있는 뉴욕주로 장소를 옮겨 머무르면서 9일의 내외신기자회견과 10일의 만찬등의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 총통이 만나게 될 미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경제인등의 이름과 회동장소는 보안을 이유로 타이완당국이 밝히지 않고 있다.<워싱턴=정진석 특파원>워싱턴=정진석>
◎중국입장/「2개 중국」 정책여부 촉각/외교타격 판단… 이 총통 미국내활동 주시
중국은 클린턴 미행정부가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의 방미를 허용한 이후 10여일동안 격렬한 항의성명과 함께 고위관리들의 방미일정을 취소하는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제 방미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사실상 체념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베이징의 소식통들은 앞으로의 중국의 대응은 이총통의 미국에서의 활동과 미정부의 태도를 봐가면서 보복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예상되는 조치로는 ▲일부 도시의 미영사관을 폐쇄,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축소하거나 ▲미국으로부터의 물품구입을 취소하고 합작철폐등의 경제 보복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측은 이 총통의 방미허용이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미행정부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를 저지하고 티베트 타이완 홍콩문제등과 관련한 중국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89년 6·4천안문사태이후 베이징(북경)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없었고 미국이 중국 국가주석이나 총리의 방미를 요청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이 총통의 방미를 허용한 것은 중국외교에 타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의식, 「개인적방문」 「미국과 타이완이 비정부적 관계를 유지하는 기존 정책에 부합된다」는 사족을 달았지만 중국은 2개의 중국정책으로 가는 사전단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문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총통의 방미가 중미간의 최대 외교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중국 어느쪽도 양국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만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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