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도 “큰흉아니다” 무리한 교정안해/화장실 화장지도 엘리베이터 버튼도 오른쪽/“왼손잡이 늘어났는데 생활속 불편 여전” 불만/남성용 팬티 앞부분 왼쪽 튼 제품 있었으면…요즘 중고교나 대학교 강의실에서는 왼손으로 필기하거나 수저질을 하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예전 같으면 크게 흉잡힐 일이지만 이들은 본인이나 친구들 모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최근 서울 영등포, 양천지역 중학2년생 1천7백여명에게 물어본 결과 1백명 정도가 왼손잡이고 이들 대부분이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공식통계는 아직까지 없긴 하지만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서 부쩍 눈에 띄는것은 본인이나 부모들이 더이상 왼손잡이를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글쓰기나 밥먹기는 오른손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왼손잡이 중학생의 상당수도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양손잡이다.
이대목동병원 이홍수(38)가정의학과장은 『과거에는 강압적인 오른손 사용교육의 후유증으로 손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었다』며 『요즘같은 개성시대에 왼손잡이를 굳이 무리하게 교정하는 경우가 많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세대 왼손잡이들이 남의 시선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LG애드의 이병규(27)씨는 『왼손잡이가 개성있어 보이는것 같아 나쁘지 않지만 사회의 배려가 전혀 없어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불평했다. 하다못해 가위질도 하기 힘들고 공중전화 번호도 오른손으로 누르기 어색하다는 것이다. 화장실의 화장지도 항상 오른편에 달려있어 찢어쓰기 불편하고 지하철 개폐기를 통과할때도 신경쓰이는가 하면 자동차 시동 걸때도 영 부자연스럽다고 투덜댄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탈때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왼편에는 번번이 버튼이 없어 서류를 바꿔들고 오른손으로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Y대 복학생 김모(24)군은 『무엇보다 군대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 놓는다. 특히 사격을 할때 오른손잡이처럼 쏘자니 어색해서 잘 안맞고 왼손으로 쏘자니 달아오른 탄피가 오른쪽으로 튀어 얼굴로 날아들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느라 늘 성적이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김군은 『동료들 중에도 왼손잡이가 여럿 있었는데 비슷한 이유로 자주 난감해 했다』고 말했다.
신세대 왼손잡이 구매층이 형성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점차 이 부분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문구류 전문업체인 모닝글로리는 최근 날과 손잡이 부분의 차이를 없앤 가위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 기획실 주임 도원섭(38)씨는 『독일 미국등 외국에 비해 왼손잡이용품 개발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왼손잡이를 의식해 제품을 만들어온 곳은 스포츠용품 업체들이다. 요즘에는 미끄러지는 오른발 밑창을 잘 미끄러지도록 만든 왼손잡이용 볼링화까지 개발됐다. 서울 을지로6가 보성종합스포츠도매센터 대표 양승용(43)씨는 『지난해 팔린 볼링화 5백여켤레중 30켤레 정도가 왼손잡이용이었다』며 『이들을 위한 신발이 나온뒤부터 왼손잡이 볼러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의업체 (주)백양 홍보실 최현일(32)씨는 『왼손잡이용 속옷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종종 받는다』며 『시장세분화 추세에 맞춰 남성용 팬티의 앞부분을 왼쪽방향으로 튼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대 사이에 왼손 콤플렉스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요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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