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한 읽기로 시자체에 충실해야”문학평론가 유종호(60·이화여대교수)씨가 강단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을 「시란 무엇인가」(민음사간)라는 책으로 설명한다. 「경험의 시학」을 부제로 출간된 이 책은 시구와 시어에 대한 분석적이고도 진지한 접근과 시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한 고전적 인문주의자의 시에 대한 애착과 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2행을 넘지 않는 간결한 글과 명료한 용어도 시를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을 말하는 이 시입문서의 매력이다.
유교수는 책머리에서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풍문이나 타자의 암시에 눌려 시를 「읽히는」 수동적 독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피동적 독자에서 스스로의 판단기준을 갖춘 「읽는」 독자가 되는 길을 구체적 작품체험을 근간으로 모색하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주체적 독자를 위하여」로 이름붙인 첫 장은 독자의 행태에서 우리 문학교육의 부실까지 언급하며 주체적 판단능력을 가진 독자가 없는 시감상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는 한국근대시의 유산이 모두 읽는다 해도 4주 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빈약한데도 문과대학생이 「청록집」조차 접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며 우선 많이 읽되 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말에 대한 엄밀성을 기율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글자 한 자의 빠뜨림이나 더함이 전세계의 파멸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 시 자체에 충실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 이상의 「오감도 제1호」같은 시나 시적 사고의 계기나 과정은 보이지 않고 자명한 공리처럼 결론만 제시하는 정치적 전언의 시를 비판하고 있다.
12장으로 나눠 시의 이모저모를 살폈고 김소월 윤동주 신경림시인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참과 아름다움이 어울린 문학이 제 자리를 잡고 서기」를 바라는 평론가의 지향이 담긴 책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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