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산 기슭에 산다. 가까운 인왕산과 북한산, 그리고 남산까지 보이는데 그너머 관악산은 좀처럼 볼 수 없다. 관악산이 보이는 날은 한햇동안 손꼽을 정도다. 말할 것도 없이 스모그 때문이다.서울의 대기오염은 정말 심각하다. 20년전에 세계에서 가장 나쁜 도시의 하나라고 외국잡지에 나더니 지금은 둘째라고 한다. 그때는 연탄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자동차가 주범이다. 더욱이 대기중 질소산화물이 늘어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오늘날 서울이 안고있는 제일 큰 문제가 교통이라는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교통소통이 잘되지 않는데 따른 시민생활의 불편은 물론 국가경제의 손실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그러나 환경오염의 완화를 위해서도 교통문제의 해결이 시급함을 알아야 한다. 넉달 남짓 실시한 차량 10부제 운행이 끝났다.
서울시의 자체평가를 깎아 보더라도 승용차운행이 5.4% 줄었다니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이 틀림없다. 시민의 80%가 연장을 바랐다지만 일단 중단하고 새 시장에게 맡길 모양이다. 서울시장 세 후보의 교통정책을 들어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가용을 억제하겠다고 하나 표를 의식해서인지 과감한 대안이 없다. 문제를 악화시킬 주차장 증설 공약은 한심하기만 하다.
사실 문제는 간단하다. 온 국민이 자동차 이용을 삼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그보다 더 급한 일은 자동차를 모는 것이 불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주행세든 교통세든 통행료든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높여야 한다. 기름값이 물값보다 싸서야 차 갖고 다니는 것을 막기 어렵다. 주차장을 없애든가 주차료를 많이 물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철저히 차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사람 중심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한국일보사 앞에 건너다닐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서울의 수치다. 안국동의 육교를 뜯고 동십자각 옆 지하도를 막고 횡단보도를 만들자. 이렇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천국으로 만들면 차는 줄고 공기는 좋아지리라.
아테네의 산에 올랐을 때 시가지 위에 떠있는 커다란 검은 구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제 그곳은 차량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극한상황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서울의 대기를 살릴 대담한 교통정책을 내놓는 시장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송상용 한림대교수·과학사>송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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