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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도 문학의 텍스트”/소외돼온 문화에 정당한 가치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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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도 문학의 텍스트”/소외돼온 문화에 정당한 가치 부여

입력
199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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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특권계층의 독점반대… 지평확대 모색 활발/「외국문학」 등 포스트모더니즘이후 특집마련/다문화주의 새사조로 부상 분석도냉전체제 해체, 정치·경제적 제국주의의 퇴조와 더불어 문화와 문학의 새로운 양상을 이야기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 그것을 제도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붐을 이루고, 순수문학이 전담했던 삶의 여러 가치에 대한 예술적 형상화를 대중문화에서 읽으려 하는 노력이 그 모습의 일부이다. 우리 문학계에서도 「리뷰」나 「문학정신」등의 문예지가 비디오 가요 만화등을 소개·분석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기존의 문학적 주제나 장치를 읽어내거나 영화의 메시지를 분석하는 글을 싣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의 반영이다. 최근 탈식민주의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저서 「문화와 제국주의」의 번역출간에 맞춰 우리나라를 다녀간 것이나, 다문화주의의 주창자로 유명한 미국의 흑인작가 이슈마엘 리드가 지난해 방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계간 외국문학 여름호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문학·문화사조」라는 제목 아래 영·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문화연구의 동향과 탈식민주의 문화론등을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서울대 김성곤(영문학) 교수는 그 중 「도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이하 PC)과 문화연구」라는 글에서 90년대 들어 미국의 각 대학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진보적 문화운동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문화연구의 현황을 점검했다.

PC는 인류문명사의 중심부에 위치해 온 서구의 지적 전통의 유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미국대학을 지배해 온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 이 운동은 그동안 대학에서 가르쳐온 「위대한 책들」이나 「걸작」 「정전」들이 모두 서구백인들의 문화유산이었음을 지적하며, 이제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소수인종 문학텍스트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백인이 장악하고 있는 강단에 소수인종 교수와 학생들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교육과정을 바꾸기 위한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김교수는 이런 움직임이 「서구문명과 인문학의 위기」를 주장하는 보수적 강단학자들의 반발에 부딪치고는 있지만 미국문화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빌려 『가장 강력한 형태의 해방과 계몽은 분리가 아니라 주요 그룹으로부터 제외되어 온 사람들이 그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으려는 통합의 언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소수특권층의 문학독점에 반대하고 대중문화를 사회발전의 기틀로 보려 한 레이먼드 윌리엄스를 시작으로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문화연구의 흐름도 소개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문학을 편협한 의미에서 소비지향적인 지배계급과 상류계층의 전유물로 보았고, 대신 문화는 생산지향적인 노동계급과 대중의 담론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연구는 문학을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속에 포함시켜 더 큰 사회적 틀 속에서 파악하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영화 음악 텔레비전 비디오 광고같은 일상의 대중문화에서 문학적 텍스트를 읽어냄으로써 문학의 지평을 확대하고 문학을 소수의 고급 독자나 엘리트작가들만의 것이 아니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러한 문화연구동향이 우리 사회에서도 『고급한 양반문화와 저급한 대중문화사이의 간극을 허물고 지역문화를 정당하게 평가하도록 만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 문학계에서도 그런 흐름을 좇아 『중앙문단의 권위적 아성을 깨고 지역문화를 충실히 반영한 지역문단 재평가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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