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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같지 않은 말(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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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같지 않은 말(장명수칼럼)

입력
199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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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상오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어김없이 정신대 규탄 시위가 벌어진다. 과거에 정신대였던 할머니들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일본정부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많을때는 수백명, 보통 수십명이 모이는 그 수요시위는 92년 1월부터 3년반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돼 왔다.피해자들이 오히려 피해사실을 숨기는 동안 어둠속에 묻힐뻔 했던 정신대 문제는 정대협의 끈질긴 투쟁으로 괄목할 진전을 보였다. 사실자체를 부인하던 일본정부는 92년 정신대 운영에서의 군의 개입과 정부의 개입을 차례로 인정했고, 93년에는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했다. 엄연한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기까지 일본에서는 숱한 거짓말과 망언이 잇달았다.

6일 새벽 운동권 대학생 1백여명은 서울의 일본문화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일본의 전부총리 겸 외무장관인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의 한일합병관련 망언을 규탄하고 정신대 문제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화염병을 던져 건물일부가 불탔다.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함으로서 한일양국의 불행한 관계가 청산된지 반세기가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의 일본대사관과 문화원 앞에서는 진실규명, 사과와 배상, 망언취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같은 패전국인 독일은 유대인 학살등으로 일본을 능가하는 죄악을 저질렀다. 그러나 오늘 세계 어디에도 독일의 과거를 문제삼는 끈질긴 시위가 벌어지는 곳은 없다.

그것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나라와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의 차이다. 독일과 일본은 패전의 상처를 딛고 요지부동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일본은 대국이 아니다. 일본은 대국다운 도덕성과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도층 인사들은 과거를 부인하는 망언을 일삼고 그 망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세계가 다 아는 역사적 진실 그것도 자신의 씻을 수 없는 죄악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뻔뻔스런 나라를 일류국가로 분류할 수는 없다.

『한일합병조약은 무력으로 체결된 것이 아니며, 한국에 대한 통치는 식민지배가 아니다』라는 와타나베의 망언은 규탄하기도 역겨운 말 같지도 않은 말이다. 그 망언은 한국을 모독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양식을 모독하고 있다. 우리가 유감스러워 하는 것은 패전 50년이 되도록 자신의 역사를 바로 정리하지 못한 일본이 우리의 이웃이며, 세계의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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