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의 유린과 사회혼란을 바라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은 경찰이 성당과 사찰에 병력을 투입해 물리적인 힘으로 법원영장을 집행한 것을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본다. 노사문제가 강압적인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종교의 신성불가침이나 대화 타협에 의한 노사문제의 평화적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법질서다.법을 집행하는데 선택과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법이 만인앞에 평등해야 한다는데 반대가 있을 수 없다. 명동성당과 조계사에 대한 6일 아침의 공권력 투입은 이같은 관점에서 유감스럽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공권력의 투입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통자체의 노사갈등, 한통뒤에 줄을 서고 있는 지하철공사 현대중공업 대학병원노조등의 집중적인 쟁의발생, 민노준 등 법외노동단체들의 사회개혁 요구를 앞세운 정치투쟁, 노학연계투쟁 조짐등 난제들이 아무런 해결책 없이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리는 이런 제반 현안들과 관련해서 이번의 공권력 투입이 의미있는 한걸음의 전진을 이룩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지만 그걸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모두 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준법의 원칙 말고 또 하나의 원칙이 더 필요하다. 그것은 모든 노사분규가 회사안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노사분규는 한통이나 올해 뿐 아니라 어디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게 우리의 시대적 상황이다. 산업화의 최종단계를 마무리하고 민주화의 초석을 놓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노사분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와 「회사내에서」라는 원칙은 우리의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반적 원칙으로 정립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의 사회적 규약이고 국민적 합의라고 본다.
한통 노조는 앞으로 사외문제에 대한 투쟁을 버리고 자신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럴 때 경영측도 길바닥 지하통신구나 전신주 위에서 고생하는 일반 사원들의 고충에 대해 더욱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측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하철이나 현대중공업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의 노사갈등이 회사밖으로 터져나가지 않도록 하는데 노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법집행을 유보한 정부와 자신을 성역화해서 법집행을 차단한 종교계, 법질서를 유린해서 스스로 정당성과 여론의 지지를 잃은 노조가 모두 이번 사태를 귀감삼아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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