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돌출성아닌 계산된 발언” 판단/정부,와타나베망언 다각대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돌출성아닌 계산된 발언” 판단/정부,와타나베망언 다각대응

입력
1995.06.06 00:00
0 0

◎대북쌀제공·경수로 공조 감안/신중자세속 체계적조치 강구정부는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의원의 발언을 과거 다른 일본 보수우익인사들의 「망언」과는 다른 차원의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과거 발언들이 돌출성이었다면 와타나베의원의 이번 발언은 실천적 의지가 담긴 것인만큼 수사적인 성명보다는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4일 당국자 논평을 통해 그의 발언을 「시대착오적 망언」이라고 규탄했던 외무부는 이후에는 일본정부와 정계인사들과의 공식 비공식접촉을 강화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와타나베 의원이 외무장관을 지낸 비중있는 인사이기는 하나 정부당국자가 아닌 정치인 신분이어서 정부차원에서 후속조치를 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 사례로 볼 때 우선 일본내에서 비판적 여론이 제기됐으므로 이를 기대해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신중한 자세는 와타나베의 발언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발언의 배경에는 이른바 「종전 50주년 결의」 채택을 둘러싼 일본 국내정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더욱이 와타나베의원은 연립여당 대표로서 북한에 대한 쌀 제공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측으로서는 대일관계 뿐 아니라 대북관계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전략을 짜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과거의 예와는 달리 3일의 와타나베의원 발언에 대해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어 정부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우리측은 일본으로부터의 쌀 공여가 조기에 실현될 경우 도리어 북한의 자세를 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일본정부와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대북 경수로협상에서도 일본정부의 공동보조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미묘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외무부당국자 논평을 통해 『와타나베의원과 같은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 인도적 명목하에 쌀 제공을 추진하는데 대해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이 더욱 강조된 자세를 보였다. 그가 내세우는 인도적인 견지의 대북 쌀 제공이라는 것은 그의 정치적 의도를 포장하는 위장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는 와타나베의원등이 남북한의 입지가 이처럼 유동적인 시점을 이용, 과거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한일협정이 우리측 입장이 약화된 상황에서 체결됐듯이, 북한과의 수교와 이에 따른 보상등 전후처리문제를 유리한 상태에서 관철해 나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의원은 부총리 겸 외무장관등 정부각료를 지내면서 국내 여러층과 친분이 두터운 친한파로 분류돼 왔다. 광복 50주년으로 한일 양측에서 과거역사를 재정립하고 있고 한반도 주변의 역학관계도 새로 짜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보수파=친한파」라는 등식은 불가피하게 깨지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정부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유승우 기자>

◎와타나베 전일외무 망언배경/「부전결의」관련 자민당입장 대변/“전후보상금 문제로 발목잡힐까” 우려표출/일정부 “사견일뿐”… 외교파장진화 안간힘

자민당의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전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망언이 한일관계에 외교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와타나베씨는 지난 3일 우쓰노미야(우도궁)시에서 열린 자민당의 집회에서 『한일합병조약은 양국간에 원만한 협의하에 체결된 것으로 무력에 의해 강제로 된 것이 아니다』면서 『일본이 한국을 통치는 했지만 식민지지배는 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당초 일본매스컴에는 별로 크게 취급되지 않았고 일부 신문만 보도했으나 한국정부가 4일 당국자논평을 발표하면서 문제시하자 일본매스컴들도 5일부터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일본정부 역시 양국간의 외교적 파장을 우려, 대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타나베가 이같은 발언을 한 배경은 전후50년 국회결의문제와 관련, 사회당측에서 주장한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이란 표현이 결의문에 포함될 경우 일본이 전후보상문제로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와타나베가 중국이 평화우호조약으로 배상금을 포기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후처리를 전부 새로할 각오가 없으면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점에서도 그의 의도를 엿볼 수가 있다.

전후보상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은 북한과 타이완(대만)만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을 뿐 한국과 중국, 기타 동남아국가들과는 각종 조약에 의해 해결이 끝난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정부차원의 배상은 65년 한일협정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종군위안부나 강제징용된 한국인들과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간레벨의 보상소송은 아직 결말이 나지않아 일본의 각종 재판소에 계류중인 상태다.

와타나베의 발언은 국회결의에 관한 자민당측의 기본발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의문에 대한 사회당의 원안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지배」 「중국에 대한 침략전쟁」등 구체적인 지역이 명기돼 있었으나 자민당과의 절충과정에서 제시한 최신안에는 「조선」과 「중국」이 삭제됐다. 또 「과거의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부분에서 「사죄」가 「유감의 뜻」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원안에 있던 「강제노역」 「종군위안부」에 관한 언급도 사라지고 말았다.

와타나베의 이번 발언은 과거 자민당출신 총리나 각료들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발언과도 상치되고 있다. 89년3월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정권당시 우노 소스케(우야종우)외무장관은 중의원에서 『한국과의 사이에는 일한기본조약을 체결하여 36년간의 식민지통치에 깊은 반성과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고 답변했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의 반발이 의외로 강하자 와타나베의 경솔한 발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며 진화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가라시 고조(오십람광삼)관방장관은 5일 『와타나베씨는 정부의 책임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논평할 성질이 아니다』고 발뺌했다.

이가라시 장관은 그러나 식민지지배에 대한 일본정부의 견해에 관해서는 『전후 50년에 즈음하여 우리나라로서는 지금까지의 침략적인 행위, 특히 한국에 대한 식민지지배는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준 것은 사실로서 깊은 반성의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일본정부의 인식과 와타나베의 사견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도쿄=이재무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