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노사분규가 장기화함에 따라 우려하던 「노·학」연계투쟁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 같다. 전국20여개대학생 2천여명이 지난 4일 연세대에서 「산별노조건설과 노동운동탄압분쇄를 위한 학생결의대회」를 가진 뒤 벌인 격렬한 가투는 운동권학생들이 결과적으로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에 집단적으로 공공연히 개입하는 사례로서 그 귀추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학생운동권이 한통노조지도부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또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떻든 학생운동권의 관여가 한통노사분규해결을 어렵게 하면 했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운동권이 한통노사분규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면 관여해서는 안된다.
세계의 학생운동사를 보더라도 역사가 실패의 판정을 내린 구소련의 볼셰비키혁명기를 제외하고는 학생운동이 노동운동의 총대를 멘적은 거의 없다. 노동운동은 학생운동의 본령이 아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권이 한통노조뿐만 아니라 재야노조들과 연계, 노사분규에 계속 관여한다면 정부의 강경대응을 자초하게 될 것이며 여론의 지지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든 대중운동이 그렇듯이 학생운동도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면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반체제가 주류를 이루었던 학생운동은 문민정부의 출범이후 점차 일반대학생들로부터 급속히 지지를 상실해 가고 있다. 체제·사회문제보다는 학내문제의 개선이 대학생들 사이에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비운동권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학생운동권은 자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운동은 구성원이 학생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의 공감대가 형성된 운동의 목표가 달성되면 그 학생운동도 사라진다. 존재의 목표가 실현된 이상 더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60년 후반기와 70년대 전반기에 걸쳐 서방세계를 뒤흔들었던 범세계적 반전운동은 미국의 월남전종식과 생명을 같이 했다.
한국의 학생운동이 민주화를 목표로 했던 것이고 보면 문민정부의 발족과 더불어 학생운동도 소멸되거나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 했다. 현행 학생운동의 「노·학」연계는 학생운동의 반체제성으로 봐 현단계에서는 용인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통의 노조집행부에 대해서도 한마디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운동권등 「제3자」의 개입이 강화될수록 한통노조의 진의가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6만 한통노조원의 복지개선이 우선인가 아니면 정치운동이 우선인가. 한통노조집행부가 본연의 책무인 조합원의 임금·근로·복지등의 개선에 역점을 둔다면 제3자와의 연계를 기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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