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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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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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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장기를 두는 데도 예절이 있다. 그것을 기도라고 한다. 유단자라고 해도 기도를 모르면 기사의 자격이 없는 거나 같다. 음주에도 당연히 예절은 있다. 조지훈시인의 주도론은 이렇다. 「술을 마시면 기고만장해진다. 그래서 주정만하면 다 주정인 줄 안다. 주정도 교양이다.」◆우리나라의 옛 음주예절은 매우 엄격했다. 고려시대엔 서로가 술잔을 주고 받을 때마다 1백번 이상 절을 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취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절하는 버릇이 조선조에 와서 사라졌다. 중종때 잘못된 술버릇을 바로 잡으려 주계를 제정하며 절하는 습관이 없어진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중종 이전의 세종과 성종은 술에 너그러웠다. 잔치 자리에선 신하들이 곤드레가 될만큼 권했고, 취하면 집에 데려다 주게 하거나 궁궐에서 재웠다. 술에 대한 이런 관대함이 취중의 실수까지 눈감아 주는 관례를 만든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없지 않은 것같다. ◆요즘 술 시비가 잦아지고 있음은 무슨 탓인가. 훈련중인 예비군이 술을 못마시게 한다고 반발하면서 집단이탈하는 주정 아닌 주정이 벌어졌다. 어느 만취한 중년은 승용차를 몰고 지하상가로 마치 탱크처럼 돌진해서 큰 소동을 일으켰다. 아무리 단속해도 음주운전은 늘기만 하는 기막힌 실정이다. 오죽하면 법원은 상습음주 운전자의 차량몰수판결을 내렸겠는가. ◆술을 마시고도 숭늉 삼킨 표정은 보기에도 질색이다. 그렇다고 주정을 좋다고 보지도 않는다. 1백번 절하는 주도는 되살리기 어렵지만, 절을 한번쯤 하는 심정으로 음주를 즐기면 어떨까. 음주폭력은 우선 주도를 확립하는게 상책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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