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합리화·구제금융과도 다른 무원칙 특혜”덕산그룹부도에 따른 피해를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와 민자당의 「광주지역 중소기업과 무등건설 아파트입주예정자 긴급지원대책」발표에 대해 『원칙도 전례도 없는 특혜』란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선의의 피해자구제」 「지방경제 활성화」란 명목하에 결국 민간기업부실을 재정, 즉 국민의 혈세로 직접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과거 산업합리화조치나 한국은행특별융자금(한은특융)같은 「구제금융」과는 차원이 다른, 있을 수 없는 정책이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민자당은 지난 4일 당정회의를 마친후 『덕산그룹계열사인 무등건설의 아파트공사 중단에 따른 3천여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광주시가 시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광주시의 손실액이 ▲5백억원이하면 70% ▲5백억∼7백억원이면 60%를 중앙정부가 연 5.5%의 장기저리로 광주시에 융자해주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당정회의에서 정부측은 이같은 민자당의 방침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세금을 특정기업 피해보상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저리융자는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용도는 항상 도로 지하철건설등 공공재에 국한돼왔다. 선의의 중소기업이나 아파트입주예정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백번 받아들이더라도 금융기관자금을 이용하는 것(금융지원)이 아니라 국민혈세를 직접 쏟아붓는 것(예산지원)은 「재정의 공공성원칙」에 상치된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에 지원될 국고는 재정투융자 특별회계자금. 연 13∼14%(실세금리)의 수익을 내는 이 자금이 결국 절반에도 못미치는 연 5.5%의 헐값에 나가는 것이다.
4백억원만 지원한다 해도 국민세금에서 연간 30억∼34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고 상환기간이 5년만 되어도 1백50억원이 넘게 된다.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여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은행이 판단할 일이다. 은행이 자기자금을 쓰건 한국은행에서 차입하건 「금융」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과거 무수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산업합리화조치나 한은특융조차 「금융」 또는 「세제」지원에 국한됐을 뿐 정부재정을 직접 쓰지는 않았었다. 물론 한은차입금도 결국 국민의 돈이기는 하나 부실이 생긴 민간부문에 정부재정을 직접 살포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자당의 무등건설 아파트피해자에 대한 국고지원방침으로 「민간부실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피해서민·중소기업을 볼모로 민간기업의 책임을 정부가 떠안을 수도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아무리 국고가 주인없는 돈이고 또 지금이 선거철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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