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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과 법조교육(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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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과 법조교육(화요세평)

입력
199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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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안이 발표되자 온 국민의 눈이 쏠렸다. 현정부의 스타일대로 오랫동안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가 왈카닥 공표를 했으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첫 반응은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더니 차츰 우려의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대학입시에 생사를 거는 우리의 풍토속에서 종합생활기록부의 신빙성, 치맛바람, 다른 모습의 과외열풍, 계층간의 위화감, 교육기회의 불공정과 불평등, 교권의 위축등 걱정이 태산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나 교육부는 부랴부랴 이번 개혁안은 원칙만 세웠을 뿐이니 후속조처를 기다려 달라며 달래고 있다. 그러나 경비의 뒷받침없는 계획이란 공론 일 수가 많은데 김영삼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교육재정방안마저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어떤 제도이건 모두 그러할 터인데 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의식개혁이 선행조건이라고 외치고 있으니 마치 미리 발뺌이라도 하는 듯한 인상이어서 불안하다. 학교교육의 정상화, 자율화와 다양화등 이번 개혁의 방향이란 식자사이에 상식으로 되어있는 일들이다. 다만 외국의 선례들이 많으니 우리도 과감히 모험을 해 보겠다는 뜻인 듯 하나 그 구체적 실천지침의 마련없이 정치적 배려때문에 5월말이라는 시한에 쫓겨 미흡한대로 서둘러 공표했다는 느낌이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 이제부터 민주적 방식에 따라 보다 냉정하고 심도있는 연구와 솔직한 논의가 거듭되어 큰 성과있기를 축원할 뿐이다.

이번 교육개혁안을 보면서 정부가 7월말이라는 연장시한을 정해 놓은 법학교육과 법조양성제도논의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힘의 논리가 아닌 법의 지배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그 제도의 비중이 심대한데 그 시한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우리는 또 불안해진다. 그리하여 먼저 이 개혁작업도 황급히 서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항간에는 정부가 개혁방안을 내정해놓고 지방선거의 종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소문도 없지 않다. 사법개혁과 같은 큰 일들에 다른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무능하거나 무기력하여 그 연구에 긴 세월을 두고 힘을 쏟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자칫하면 나라의 틀에 큰 흠을 남길 수도 있는 일이기에 신중히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두사람의 주관적인 의지만으로 이룩될 일은 결코 아닌 것이며 국가구조나 사회의 미래속에서 두고두고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되어야 할 일들인 것이다.

다음, 개혁의 명분에 얽매인 개혁이 되어서도 아니된다. 개혁의 기치를 높이 올리고 칼을 뽑았으니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현대사회는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이며 전쟁터가 아니기에 과단성보다는 냉철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아무리 큰 소리로 개혁을 외쳤다 하더라도 결론이 달리 나온다면 깨끗이 그에 따라야 하며 용두사미의 비난때문에 개의할 일이 아니다. 또 풍문이기는 하나 정부안에서는 미국식 로스쿨의 구상도 있었다가 독일식을 본따보려 하기도 하는등 무엇인가 제도를 과감하게 고쳐야 하겠다는 듯하다. 그러나 개혁선언에 묶여 간절하지 않은 일에 평지풍파를 일으켜서는 아니된다. 시대의 변천으로 우리의 기존 제도에 결함이 보인다면 바로잡아가면서 우리의 것을 알뜰하고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제도란 나름대로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산이다. 미국이 영국식 법학교육, 법조양성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음도, 또 아일랜드의 법문화가 영미법계열이 아닌 로마법을 계승한 대륙법체계로 유지되어 있음도 그들의 전통때문이다. 우리가 사법근대화 1백주년을 맞아 우리의 법률제도, 법학교육의 정착과정과 국민의 가슴속에 박혀 있는 법개념을 외면한채 불쑥 남의 것이 좋을 듯 하니 받아들여 보자고는 할 수 없다. 미국에는 학문연구로서의 법학교육은 없고 법조양성만 있는 나라라고 하고 독일은 그 둘사이에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한다. 법조인구 90만명에 육박한 미국사회에서 변호사소득의 부가가치가 추종불허의 최대산업으로 등장하여 머리를 앓고 있고 독일이 법조양성을 각 주정부에 맡겨 놓았다가 이제와서 법조인구 감소책에 부심하고 있다 하며 구미각국에서 법학교육기간의 단축논의가 한창인데 우리는 이러한 전철을 보면서도 뒷북을 치려 하고 있지나 않는지 염려된다.

다시 생각해 볼 일은 법학교육이 단순한 직업교육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변호사가 경제적인 이익지상주의적이거나 서비스산업이라는 경제활동이라고만 여겨져서는 아니되며 전통적인 전문직으로서의 공공성과 직업독립성을 갖도록 되어야 한다. 근래 정부는 법률서비스라는 표현을 즐겨 쓰면서 그 수요공급관계에만 주안을 두는 듯 하나 한국사회에서 변호사가 사법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인식이 소홀히 되어서는 아니된다.

이번 발표된 교육개혁안에서 얻는 소감과 똑같은 과제들이 아직 마무리 안된 사법개혁작업에도 함께 있음을 새삼 되새겨 보게 한다.<전대한변협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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